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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한밥상 Nov 15. 2022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

최재천 교수 북리뷰

코로나 이후 지구의 멸망을 우려하는 많은 책들이 쏟아졌다. 모두가 팬데믹의 원인을 밝혀내며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이 일상화되며 다시 아무렇지 않게 물질적 안녕만을 추구하는 삶으로 서서히 회기하고 있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높아지고 있다. 수많은 생태학자들이 동일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외치고 있다.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라 칭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종족이라고 여기며 살아온 우리는 인간의 독창적이고 똑똑한 과학과 기술이 우리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오만한 사고방식과 경제성장 제일주의, 이기주의적 도덕관 등을 이제는 버리고 자연 속에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희미하게 남아있는 회복의 끈마저 놓쳐버려 영영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최재천 교수는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에서 기후변화보다도 그로 인해 벌어질 생물다양성의 고갈이 더 직접적이고 급박한 위협이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로 일어날 식량대란은 단순한 기온 상승이나 이상 기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소요사태를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자들은 현재 수준의 환경 파괴가 계속된다면 2030년경에는 현존하는 동식물의 2퍼센트가 절멸하거나 조기 절멸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리고 이번 세기의 말에 이르면 절반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는 이 같은 추세를 가속화시킨다.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 고갈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종 다양성과 생태계 다양성이 다양할수록 유전자 다양성도 증가한다. 

구조적으로 다양한 조직이 안정적이라고 한다.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말한다. 다양성의 중요성은 다이아몬드 교수가 <총, 균, 쇠>에서 "농업은 인류 역사에서 최악의 실수였다"라고 단언한 것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채집과 수렵생활을 하던 인류가 정착하고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역사적인 계기가 된 것이 농업이었지만 점차 '대규모 농장'에서 '효율적'으로 '단일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며 인류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단일 작물 재배의 위험성은 여러 군데서 찾을 수 있는데 지평선 저 끝까지 바나나가 심어져 있는 중남미 코스타리카 바나나 농장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바나나 농장에 처음 바나나를 좋아하는 곤충이 찾아왔다. 이 곤충은 인간이 심은 작물을 건드리는 순간 해충으로 전락한다. 농부는 살충제를 살포하고 해충을 퇴치한다. 그러나 몇 년 후 해충은 더 극성을 부리고 더 많은 양의 살충제를 살포하지만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개체들의 자손이 나타난다. 농부는 더 독한 살충제를 반복해서 뿌린다. 결국 농장 주변 강에 물고기들이 배를 뒤집고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고서야 생물 농축 현상이 일어난 것을 깨닫는다. 이제는 물고기가 아니라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를 직감한다. 


인간은 다양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농경을 하는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그러나 산업자본주의를 거치며 인간은 거의 모든 일에서 철저하게 다양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경쟁 우위의 핵심 원천이 효율성 향상이고 효율성이 시간을 절약하고, 축적하고, 구매하고,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효율성만을 찾는 동안 전 세계 표토의 3분의 1이 황폐해졌다.   

  

2015년~2019년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5년으로 기록되어있다. 대표적인 재해는 폭풍과 홍수이지만 최근에는 폭염과 가뭄 피해도 만만치 않다. 우리가 겪는 자연재해의 90퍼센트 이상은 모두 기후와 관련되어 나타난다. 최근 들어서는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대형 산불이 엄청난 재산 피해와 생태계 파괴를 일으킨다. 대기 중에 온실가스의 양이 증가하고, 기온이 오르고,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속도가 날이 갈수록 가속화하는 것처럼 산불도 점점 더 자주, 더 오래, 더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어정쩡하게 여러 기후대에 걸쳐 있는 나라는 앞으로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을 번갈아 겪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캐나다에 이어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4위를 차지했다. 2019년 유엔기후변화총회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61개국 가운데 58위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공공연히 '기후 깡패'로 불린다. 그래도 지구온난화로 물에 잠겨가는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 미안해한다. 하지만 정작 자기 집이 물에 잠기는 줄도 모르는 채 다른 나라들에게 미안해하는 탄소배출량 세계 7위 국가가 바로 우리다. 우리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특별보고서에서 2100년까지 1.5도 이내로 지구 온도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 순 배출량 제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탄소중립을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뒤늦게 탄소 중립을 목표로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야기한다. 


문명이 결국 무너져 내린 원인으로 환경 파괴, 기후변화, 적대적인 이웃, 우호적인 이웃의 지원 감소,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등이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가 우리를 자꾸만 불리한 처지로 내몰고 있다. 생태계 구성원 모두 먹이사슬과 사회관계망으로 얽혀 있어 다른 생물과 아무런 연계 없이 홀로 진화하기는 오히려 불가능하다. 인간 삶의 풍요로 인해 지구 환경의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자연을 '자원'이 아닌 '생명의 원천'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은 최재천 교수의 책에서 인상적인 문장으로 끝내고자 한다. "인간은 왜 자신의 삶의 터전을 이토록 망가뜨리며 사는 걸까요?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갉아먹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성의 개념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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