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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코스모스> 완독

by 유연한프로젝트

40대가 되어보니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며 서른 살이 되던 십 년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조금 더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불안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새해가 되면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좋은 책을 많이 읽어 나의 내면을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매번 하지만 혼자서는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여러 매체에서 회자되는 고전이라 불리는, 살면서 한 번쯤 꼭 읽어야 할 책들을 읽기 위해 함께 책을 읽는 모임을 만들었다. 다행히 14명의 북클럽 멤버가 결성되어 2023년 밝아온 새해 서로 격려하며, 응원하며 매달 한 권씩 책을 읽고 있다.


첫 번째 책은 벽돌책의 상징과도 같은, 책장에서 몇 년째 한자리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뿜어 내고 있는 시도와 포기의 횟수가 같은, 그러나 잊을만하면 TV 교양프로그램에서 계속 언급되어 더욱 궁금해지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였다. 여전히 <코스모스>는 호락호락하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고 마의 구간인 1장을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코스모스>는 어려운 천체물리학을 다룬 책이 아니라 인간과 우주 그리고 인문과 자연의 이야기라는 역자의 해설까지 찾아보며 책에 대한 접근 방식을 새롭게 하며 마음을 다잡고 읽어갔다. 그러자 코스모스의 새로운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코스모스(Cosmos)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며 카오스(Chaos)에 대응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라는 단어는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내포한다.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지고 돌아가는지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이 이 단어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북클럽 모임에서도 이야기 나눈 것인데 56페이지에 있는 이 문장이 이 책 전체를 설명하고 있었다. 코스모스는 어려운 천문학을 다룬 책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속한 지구와 태양계, 은하, 그리고 우주를 그 기원부터 물질을 이루는 구성까지를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며 인간의 존재를 설명하고자 한 책이다. 스스로를 가장 뛰어난 생물체라고 자부하며 이 지구를 마음대로 파괴하고 있는 인간은 홀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온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책이다.


코스모스를 읽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자연의 이치가 새삼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지구가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면 하루가 지나가고, 태양 주위를 공전하며 크게 한 바퀴를 돌면 1년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그 하루는 24시간이고, 1년은 365일이며 그동안 4계절이 반복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 리듬에 맞춰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이면 다시 잠에 들 수 있다. 반복되는 4계절을 여러 해 겪으며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예측할 수 있다. 막대기를 허공에 던지면 반드시 땅으로 떨어지고 서쪽 지평선 아래로 진 해는 반드시 이튿날 아침 동쪽 하늘에 다시 떠오른다. 예측성과 영원성이 있어 어떤 면에서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고 인간이 그나마 안정적인 정서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매일매일 예측할 수 없는 날들만 펼쳐진다면 우리는 이미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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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멤버들과 나눈 소감 중에 기억하고 싶은 말이 몇 가지 있다.


1)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 많은 갈등과 반목을 하고 있지만 인간은 본래 연대가 자연스러운 존재라는 말, 그래서 더욱 ‘회복’에 집중하게 되었다.


2)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인간의 본성도 결국 DNA에 남아있는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거치며 터득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기에 인간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3) 빠르게, 효율적으로 잘하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싸움과 증오가 넘치는 세상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좀 더 친절해야 한다.


4)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우주의 관점에서 넓게 보다가 세포를 이루는 원자 단위까지 세밀하게 좁혀보는 책의 구성이 정말 대단하고 감탄스러웠다.


5) 인간은 얼마나 하찮으며 얼마나 위대한가, 결국 인간을 사랑하자.


6) 한참 어려운 과학용어를 이야기하다가도 문과생이 지치지 않고 따라올 수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지점까지 쉬운 말과 비유로 설명해 준(‘우리는 별의 자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등) 칼 세이건에게 반해버렸다.


모임에서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누며 비슷한 지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감탄했고 웅장해진 마음으로 첫 번째 책 코스모스를 마쳤다. 그리고 일 년 동안 함께 성장할 시간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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