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드 보통과 함께 어린 시절 교과서처럼 끼고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 ‘개미’를 시작으로 ‘타나토노트’, ‘아버지들의 아버지’, ‘천사들의 제국’, 뇌’, ‘나무’, ‘파피용’, ‘신’, ‘제3인류’까지 그의 기발한 시선과 재치 있는 문체는 항상 다음 작품을 궁금하게 했다.
그러다 한참을 다른 장르의 소설가들에게 빠져 잊고 있다가(나는 제3인류에서 멈췄지만 그 후로도 그의 소설은 꾸준히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최근 한국 데뷔 30주년 기념으로 그가 방한한다는 소식에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들어 다시 그의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다. ‘꿀벌의 예언’은 선뜻 손이 안 가고 베르베르가 처음으로 썼다는 자전적 에세이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와 매거진B에서 발행한 ‘베르베르의 조각들’을 읽었다.
베르베르의 조각들에 나온 그의 하루 일과 사진은 화보처럼 참 멋있었다. 이른 아침 고풍스러운 카페에서 글을 쓰는 모습이 그저 부러웠다. 그러나 30년간 규칙적인 글쓰기와 운동, 명상만이 삶의 일과라는 베르베르. 30년 동안 한국에서는 자신을 발굴해 준 '열린책들'에서만 출판하는 의리 있는 작가.
아래는 생각보다 정신없는 그의 에세이에서 메모장에 옮겨 적은 문장 몇 줄이다.
✔️ 감각을 열어 일상에서 만나는 징조에 더 예민해져야 한다.
✔️ 몸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발버둥 치지 말고 기다리는 게 답이야. 강제로 주어진 멈춤의 시간을 성찰의 기회로 삼으면서 말이다.
✔️ 우리가 늘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나를 얻고 나면 더 나은 것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밖에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을 갖기 못하면 부당하다 느끼고 좌절한다고. 만족을 모른 채 권태감과 결핍감 사이를 오가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다.
✔️ 욕망이 없어지면 실망하거나 좌절할 일이 없다. 삶 자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처음 겪는 일을 놀랍고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이해하려 애쓰게 될 것이다. 어떤 가치 판단도 내리지 않고.
✔️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우리는 다른 존재의 에너지에 접속할 수 있다.
✔️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은 모두 우리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 진실하기. 남과 비교하지 않기. 성실함과 지구력을 키우기.
✔️ 나의 소설에서 결과적으로 미소가 지어지는 희망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 우물 안 개구리는 좋은 이야기꾼이 될 수 없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 부지런히 낯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꼼꼼히 기록해 놓았다가 나중에 작품에 활용해야 한다.
✔️ 잊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록이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기록하는 게 방법이다.
✔️ 부지런히 메모하라. 쉬지 말고 적어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기록은 생각의 실마리다. 기록이 있어야 기억이 복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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