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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말고 대중음악

by 유연한프로젝트

'32년 만에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김현철 노래를 듣다가 옛날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나의 10대 시절이던 1990년대는 뭔가 세련되지 못한 심플함이 있었고, 풍요롭지 않은 여유로움이 있었다. 그런 아이러니가 가득한 세상이었다. 지금은 팟캐스트가 있다면 그 시절에는 라디오가 있었다. 유행하는 노래를 아껴서 듣기 위해 테이프에 녹음해서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고, 열곡 정도 들어가는 CD에 좋아하는 노래를 엄선해 나의 취향이 담겨있는 앨범을 밤새 만들어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다.


모든 물건을 아껴 써야 했던 것처럼 노래 한 곡도 소중히 아껴서 듣던 시절이었다. 아직 'K-POP'이 아니고 '대중음악'이던 시절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문득 옛날 노래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때의 '대중음악'은 요즘 나오는 노래와는 감성과 분위기가 다르다. 거친 음색과 어색한 기계음 같은 신디사이저 소리 때문이 아니라, 그 시절의 감성이 귀를 이끈다.


이제는 우리나라 가수가 아니라 세계적인 가수가 되어 버린, 어쩌면 저 멀리 미국에서 살고 있을 것 같은 가수 같은 BTS가 두 번째 영어 싱글 '버터(Butter)'에 이어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BTS의 지위가 ‘K-POP 아이돌’을 넘어서 세계적인 팝스타의 반열로 확장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 곡에는 '평화', '춤추다', '즐겁다' 세 가지 의미를 담은 국제 수어를 안무에 활용해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제1세계 주류 팝스타들이 전유하던 평화·연대·공감·사랑 등 ‘긍정적’ 메시지의 화자 역할을 BTS가 하게 된 것이라는 평가다.


세계적인 팝스타의 지위에 걸맞게 문화를 사랑하는 BTS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술 애호가인 BTS의 리더 RM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틈날 때마다 관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 1억 원을 기부해 미술관이 출간했던, 김환기, 이중섭 등 한국 유명 작가의 절판되어 구하기 어렵거나 재발행이 필요한 도서를 제작했다고 한다. 그 책을 전국의 도서관 400곳에 기증해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미술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지난 7월 21일 BTS는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사'로 임명되어 오는 9월 제76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전 세계 청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K-POP' 시대의 가수는 이렇게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어 가사 한 줄, 안무 하나에도 의미와 메시지를 부여해야 한다. 많은 것을 담다 보니 정작 그들의 노래는 귀를 열고 듣고자 해도 잘 들리지 않기도 한다. 그냥 가슴 절절한 이별 노래나 사랑 타령이나 하는 옛날 노래가 더 끌리는 것은 하루하루가 힘든 40대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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