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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by 유연한프로젝트

'주식 가격이 왜 오를까'라는 무지하지만 근본적인 고민을 한 적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너져 내렸던 다우지수는 5년 만에 금융위기 이전의 수치를 회복하고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지만 끝을 모르는 상승은 이어지고 있다. 몇 년째 횡보하던 코스피 지수 역시 코로나 시대가 무색하게 3,300선을 돌파하며 개미들의 꿈의 지수를 갱신했다.


자본주의는 '대출'이라는 통화확장으로 매 순간 통화량은 늘어나고
자산가치는 상승하는 시스템이다.


이 문장을 책에서 찾아내고 주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뒤늦게 이해하고 정리하게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성장, 저물가’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이 덮친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 또다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갑자기 폭발한 ‘유동성’에 원인이 있었다. 저성장, 저물가 시대에는 주식도, 금도 좋은 투자처가 아니다. 그러나 넘치는 유동성은 주식(성장주)과 금을 비롯한 원자재 투자를 좋은 투자전략으로 바꿨다.


수년 전에 쓰인 코스톨라니의 유명한 저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잘 설명되어 있다.


"불경기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와 수입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어, 소비는 줄고 저축액은 상승한다. 이런 저축액 중 일부는 투자펀드나 펀드 연계 생명보험을 통해 직접적으로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든 어쨌든 증시로 간다. 결과는 항상 같다. 즉, 주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 결과 주식 배당금이 감소하고 기업 이윤이 줄어드는 가운데에도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상승해 강세장이 되는 것이다."


"경제가 침체기에 있으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린다. 기업들이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용이해진다. 새로운 투자계획을 짜고 설비에 투자하게 된다. 소비자들 역시 이자가 낮다면 집이나 다른 소비재를 구입하고자 대출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이렇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비관론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기업은 설비투자나 상품개발을 하기보다, 소비자들은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져 일단 지출과 부채를 줄인다.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화폐는 직접투자나 소비로 흘러가는 대신 증권시장으로 흘러가게 되고 그 결과 증권시장에서는 상승 운동이 진행된다."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주식을 하면서도, 글로벌 유동성 회수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하는 미 중앙은행의 테이퍼링(Tapering, Fed가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좀 더 일찍 자본주의 시스템을 잘 활용할 줄 알았다면 어땠을까. 서울 아파트 값이 이렇게 오를 줄 알았다면 대출도 끼고, 전세도 끼고, 엄마 돈도 끼고 조그만 아파트 하나라도 샀을 텐데 하는 탄식은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뒤늦게 다가올 미래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메타버스(Metaverse,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 로보택시(Robotaxi, 완전 자율주행 택시)를 공부해보지만 그 의미조차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나마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경험해보고 나니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커졌다.


지난해부터 현대차를 추천하는 주식 전문가가 있었지만 아직은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로 인식되는 현대차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환경문제로 개인들의 차량 소유가 줄어들고 공유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자동차 생산량은 줄어들 것이라는 부족한 지식이 좋은 가격에 들어갈 수 있는 투자의 기회를 놓쳤다.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운송수단은 모빌리티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제 전동화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현대차 역시 컨베이어 벨트 방식이 아닌 셀방식(다품종 소량생산)의 스마트 팩토리 형태로만 확대하고 있고, OTA(Over the Air, 전자 제어장치 무선 업데이트)를 통한 커넥티드 카, 로보택시 등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수익창출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고 한다.


그동안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는 사실상 자율주행 시장에서 독주하는 구도였다. 테슬라는 2020년 말 기준 50억 마일 이상에 대한 주행 데이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고스란히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심인 머신러닝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로 사용되었다. 즉 OTA가 가능한 환경하에서 운전자의 증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엄청난 네트워크 효과로 발전되는 것이다.


테슬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최종 목표는 결국 로보택시 사업을 달성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 모빌리티 산업 전체에서 결국 자율주행에 기반 한 로보택시 사업이 엄청나게 큰 사업기회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로보택시 시장에 있어 가장 놀라운 점은 시장의 모태가 되는 이동 수요 자체가 향후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미국 시장은 전통적으로 매년 연평균 2%씩 이동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 나타난 E-commerce 환경이 심화되며 이동 수요는 예전보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도심화 심화에 따라 자동차의 공유 비중이 높아지며 기본적으로 운행거리 자체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UN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도심화율은 2021년 56%에서 2040년에 약 65%로 증가하고, 특히 2023년 이후부터의 성장률은 중국 등 신흥국 시장에서 증가율이 굉장히 높게 나타난다.


이동수요는 결국 소비 트렌드의 상향에 따른 물류시장 확대에 기반하게 되는데 결국 트럭시장도 자율주행 기술의 상업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아마존 등 플랫폼 업체의 등장은 대형트럭 기반의 운송 사업에서 엄청난 혁신을 가져오고 혁신은 곧 운송거리를 급증시키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E-commerce의 유통산업 내 침투율이 높아질수록 트럭 산업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현재 아마존은 물류혁신 비용이 급증 추세에 있는데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에는 무려 35% 수준까지 치솟았다. 1-day shipping 등 물류 자동화는 결국 대형트럭 시장에서 자율주행 기술도입을 촉진시킬 것이다.


끊임없는 공부만이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40대가 버틸 수 있는 힘이지 않을까.






참고자료 : 모빌리티 전쟁-자동차 산업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며(이베스트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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