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흩어지는 마을

윤정일 2025

by 윤정일official

시간이 멈춘 마을

우리가 정착한 세월

이주한 친구들은 모두 이웃이 되는

잡아두고 싶었는데

흘러가는 물결은 손에만 얹으면

고이지 못해 새어버려

나는 네 손을 놓친 걸까

아무리 모아봐도 담기지 않아

우리가 숨을 나눈 시간이 여긴가

너와 걷던 마을 어귀

함께여서 답답하지 않았는데

둘이라서 해낼 수가 있었는데

흩어진다 모든 모래들이

사라진다 바람을 타고

추억 저편에 자란

수풀 사이사이까지

엉켜버린 줄기들은 아무리 잘라내도 바로 서지 못해

결국 도려내야만 하는 운명

너는 내 손을 놓은 걸까

가쁜 호흡을 멈춰준 너의 차디찬 숨소리

세월 속 희미해진 기억 한편

우리의 마을이라 속이던 나의 누각

비를 피할 수 없었던 처마 아래

기댈 수 없는 좁은 어깨

나의 바닥으로부터

젖은 낙엽 냄새

겨울보다 추운 공기에

떨어진다 바닥보다 아래로

아래에서 내게로

멀어진다 나에게서 마을이

마을에서 우리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다리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