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일 2025
물 자욱자욱마다
부끄럽지도 않은 듯
진갈색 가슴을 드러내 놓는다
원래 우리가 저런 색이었던가
나의 투명함이 조금은 멀게 느껴지고
그 누런색이 싫은지
난간 구석구석 페인트를 칠갑해놨던 다리
결국 비가 오면 씻겨진다
드러날 일이 드러난 것일 뿐인데
주기적으로 덧칠해 놓는
그마저도 느린 구청의 주 업무
쓸만한 골목 바닥을 뒤집어
겨우 용기 낸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 것마저
왜 너희는 진실한 마음을 두려워하는가
얼룩이 그대들을 헤집어 놓기라도 할까
저릿한 다리를 끌고 나선 아침들을 지나
일생에 쌓여온 절기마다의 습기
사랑하는 이의 몸엔 색을 칠하지 않겠다
나의 사랑은 진갈색 누런빛을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