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메타버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못 가고 집안에서 대부분 생활했던 아이들이 친구들과 만나는 유일한 방법은 "로블록스 게임"을 통해서였다.
카카오톡으로 상대방과 스피커폰으로 해놓고 게임을 하는데 옆에서 얼핏 듣고 있으면 얘네들이 진짜 만나서 노는 것인지 아니면 게임을 하고 있는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야, 놀이터로와!", "난 집에 갔다가 학교로 갈게", "우리 00집에서 만나자", "나 거기로 TP(텔레포트)해줘".... 아이들은 로블록스란 가상의 공간에서 같이 놀고 있었다. 실제의 놀이터가 아닌 게임 안에 있는 가상공간의 놀이터였다.
통상 코로나 전에는 친구들과 같이 놀게 하려면 엄마들하고 약속을 잡고 누구네 집 또는 어떤 공간에 가서 애들이 친구들과 놀았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서로 못 만나게 된 이후로 내가 애들 보고 '오락으로 만나서 놀아라' 한 적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로블록스라는 게임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놀고 있었다. 게임이니깐 좋다 안 좋다 하는 처지가 더 이상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 접촉하며 놀이터에서 만나는 세대였지만 이제 아이들은 언택트로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서 노는 세대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로 학교도 못 가고 친구들도 못 만나는 상황에서 가상공간에서라도 저희들끼리 만나서 노는 게 기특할 뿐이었다.
아이들의 새로운 놀이 공간을 보면서 '아 이것이 언택트, 즉 메타버스의 시대로구나'를 실감하였다. 물론 우리도 싸이월드, 메트릭스, 아바타 등등 메타버스의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에 아이들과 "어린 왕자"를 함께 읽었는데 마지막 부분, 어린 왕자가 뱀에 물려서 쓰러지는 모습에서 나는 코끝이 찡해졌다. 그래서 나는 이 마지막 장면을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했다. 큰아이는 '어린 왕자가 "텔레포트(순간이동)"해서 자기 별로 돌아간 거야'라고 말했다. '뭐라고????' 상상도 못 했던 답변이었다. 나는 그 순간 또 다른 세대차이를 실감했다. 텔레포트? 아니 어떻게 어린 왕자 소설에서 텔레포트란 생각을 할 수가 있는지... 왜냐하면 얘네들의 뇌구조는 장소에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순간이동"으로 한다고 생각하니 어디로 가려면 텔레포트를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이었다. 어린 왕자가 이 별에서 저 별로 이동하는 것이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당연히 머릿속에서 '텔레포트"로 그려졌던 것이다.
실제로 인간이 서로 만나고 만지고 부딪치고 하면서 질병에 감염되는 것이 컨택트의 세상이라면 이 언택트의 세상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들은 이제 서로 컨택트를 지양하고 언택트 하는 이 가상의 세상, 메타버스의 세상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메타버스의 시대로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거 버그도 "메타"라고 상호를 변경할 만큼 이제 세상은 메타버스의 시대가 될 것이고, 우리 아이들은 가상의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자연스러운 메타버스의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솔직히 난 사이언스 픽션이나 공상 과학영화 같은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펼쳐지고 있는 것들을 본다면 나같이 SciFi에 관심 없는 사람조차도 이 세상이 메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꽤 예전에 본 "아바타"라는 영화가 떠올랐는데 그것을 생각하면 메타버스에 대한 세상이 금방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이 현실의 세상보다 언택트 된 가상의 현실에서 생활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둘 날이 오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짧은 상상력으로 잠시 메타버스의 세상을 상상해 보았다.
나의 실체는 아바타와 연결하는 공간에 누워있고 나의 아바타는 내가 세팅한 모습으로 가상공간을 돌아다닐 것이다. 실제 컨택트 월드에 살고 있는 나의 실체는 정말 부단히 노력하고 운동해야 건강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반면 메타버스 안의 나의 아바타는 내가 간단히 설정만 해주면 된다. 건강한 모습으로 세팅된 나의 아바타는 가상의 공간을 돌아다닐 것이다. 나의 아바타는 도서실에 가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책을 칩으로 머리에 입력할 것이며 자동으로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박학다식해 질 것이다. 그리고 또 불편함 없이 자동으로 "텔레포트" 해서 휴양지를 가던, 산을 오르던 아니면 극장에 가던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갈 것이다... 굳이 내가 실제 생활에서 몸을 부딪치면서 낑낑거리며 교통체증을 겪으며 힘들게 이곳저곳 돌아다닐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가상의 공간에 내가 원하는 아바타의 모습으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더 매력적인 가상 현실의 공간들을 만들어 우리를 유인할 것이다. 아마도 그곳에서 우리는 현실세계와는 별개로 많은 소비를 하게 될 것이다. 좀 무서운 현실이지만 컨택트 생활보다 가상공간의 아바타의 생활에 빠지게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흠.... 여기까진 가까운 미래에 대한 나만의 상상이었다.
패션업계들도 메타에서의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늘리기 위해 과감히 투자하기 시작하였고 외국의 기업들은 벌써 메타버스에서 빌딩이나 장소를 조성하기 위해 앞다퉈 투자하기 시작했다. 아마 아이들의 세대에서는 컨택트의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언택트의 가상공간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아이들이 지금 가상의 공간에서 친구과 만나서 게임하는 것은 언택트 시대를 참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