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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Kay Jan 24. 2022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진정한 배려란?

얼마 전 내가 아는 지인과 대화 중 공감되는 이야기로 맞장구를 친 적이 있다. 

지인의 엄마가 사무실에 와서 그녀를 도와준답시고 애지중지하는 화분에 물을 범벅으로 주고 간 일에 대한 일이었다. 지인은 자신의 사무실에 있는 화분들에 애착을 갖고 언제 물을 줄지, 얼마큼 줄지 그리고 영양제는 언제 줘야 하는지 등 모든 디테일한 것 까지 화분 하나하나 메모를 붙여놓고 신경을 써서 정성스럽게 키우고 있었는데 그녀가 자리를 비운 동안 그녀의 엄마는 도와준다는 마음에 화분에 물을 가득 주고 넘쳐서 바닥이 엉망으로 되었다. 그래서 그것까지 깨끗하게 닦고 오느라고 고생을 하셨다고 지인에게 전화로 하소연을 하셨다고 한다. 지인은 엄마한테 "엄마, 이건 도와주는 게 아니야"라고 말했더니 지인의 엄마 왈 "너는 엄마가 도와줬는데도 그렇게밖에 얘기를 못하니? 모진 애 같으니라고..." 하면서 엄마랑 티격태격했다는 이야기였다. 지인은 이 부분에 대해서 엄마한테 이해를 시켜주려고 거의 그녀의 반생애를 보냈다고 하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로 엄마와 충돌한다고 얘기했다. 엄마의 일방적인 도움이라고 말하는 행동들...


이런 일은 결혼 초창기 나와 남편이 많이 겪었던 일이어서 극히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남편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계획하고 그대로 하는 사람인데 내가 도와준답시고 그 흐름을 깨버리면 그게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냐고 나에게 뭐라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짐을 차에 가득 싣고 내려서 카트에 옮기는 일을, 나는 도와준답시고 내려놓은 짐을 카트에 옮겼는데 남편은 그게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왜 도와줬는데 고마워하지도 않냐고 맞받아쳤다.  남편은 카트에 본인이 생각하는 순서대로 짐을 싣지 않으면 다시 또 가방들을 꺼내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만히 참지 못하고 그냥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내가 불편해서 그냥 하는 것이라고...

이 말을 이해하기까지 우리 둘은 수많은 싸움을 반복했고 이제는 남편이 하는 일에는 두 가지로 대처한다. 남편이 부탁하는 것에 대해서 도와주는 것, 아니면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면 '내가 어떤 것을 도와줬으면 좋겠어?' 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에도 아이들이 아빠가 혼자 짐 내리는 것을 보고 큰아이가 짐을 같이 내리려고 할 때 내가 막아서며 "이게 아빠를 도와주는 게 아니야. 아빠가 도와달라고 하는 것을 도와줘야 해. 아빠는 너희들이 여기서 장난 안치고 가만히 있는 것을 원하니까 여기서 얌전히 있고, 아빠가 도와달라고 할 때 그때 그것을 도와주면 돼"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내가 지인의 말에 심히 공감하는 부분은 그 엄마도 이해할 수 있었고 지인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인의 엄마 입장에서는 딸이 일하는 사무실에 왔는데 무어라도 도와주고 싶어서 화분에 물을 주고 그 물이 다 흘러서 바닥까지 닦고 고생을 하고 왔는데 딸이 전화에 대고 그것이 도와주는 게 아니라고 하면 화가 날 것이다. "너 도와주려고 했는데 그렇게밖에 말을 못 해?" Vs "엄마 내가 화분 얼마나 애지중지 키우는 것 알면서 그렇게 함부로 막 물을 주면 어떻게? 엄마가 날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게 안 보여?" 란 이야기에 대한 대립이다. 이제는 내가 내 지인을 더 이해하는 것은 엄마는 지인에 대한 깊은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본인이 딸을 도와주고 싶지만 그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딸의 사무실까지 왔는데 자신이 딸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 한 행동이다.  이러한 일방적인 도움은 진심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나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얼마 전 나의 여동생네 집에 갔는데 제부와 동생도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제부가 짐을 옮기거나 집안일을 할 때 제부가 동생에게 부탁하는 일을 하는 것이 제부를 진정으로 돕는 일이라고. 현명하게도 둘은 벌써 그 부분에 대해서는 호흡을 잘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동생네 집에 온 우리 엄마는 그것을 보고 가만히 있지 못했다.  제부가 열심히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있으면 엄마는 가만히 있기 미안해서 설거지하는 것 도와준다고 일어선다.  제부는 '장모님, 저를 도와주는 것은 아이들이 위험한 짓 하지 않게 봐주는 거예요. 설거지와 청소는 제가 할 테니 장모님은 앉아서 아이 좀 봐주세요' 그러면 우리 엄마는 아이들만 봐주면 되는데 가만히 앉아있는 게 미안해서 주변의 것을 치우기 시작하신다.  미안해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때 진정으로 상대방을 도와주는 것은 상대방이 집안일에 집중할 수 있게 아이만 봐주는 것이다. 아이 봐주는 것을 간과하고 어설프게 주변을 치우기 시작하면 이것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만히 앉아있는 게 불편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도와준다고 말은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본인이 불편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을 엄마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조금 힘들었다.  통상 나도 어렸을 때부터 교육받았던 것이 "어른이나 상대방이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가만히 있지 말고 거들어야 한다"라는 것을 교육받고 자란 터라 과거에는 누가 SOS를 치지 않아도 도와준답시고 관여했던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정서 상 진짜 도움이 필요해도 상대방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미안해서 그냥 혼자 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부담을 주기 싫어서 힘들지만 도움을 청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없이 도와주면 참 감사하다.  이런 경우를 많이 겪고 자랐기 때문에 '내가 묻지 않고 도와주면 남도 속으로 무척 감사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표현에 약했던 옛날 스타일의 한국 방식일 수 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더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진정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세히 관찰하고 그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 아닐까?  

사랑하는 나의 주변 사람들을 신중히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해 주는 것 - 내 마음이 편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진짜 해 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고 진정한 배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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