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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현 Jul 15. 2024

맥스 그린(A Tale of Max Green)-2장

2.



맥스 그린은 세상에서 아론 그린이 제일 좋았다. 항상 같이 시간을 보내는 맥스와 아론. 맥스는 자신보다 열 살이나 아래인 아론을 정말로 끔직이도 생각했다. 아론이 처음 세상에 태어나던 날을 기억하는 맥스는 어린 아론을 자신이 직접 키우다시피 했다.

"손님! 세상일이란 것이 그렇지요. 그렇게 시작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의자를 가져다 그 위에 앉은 존 웨인은 두 대 째의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면 될 것이다.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남에게 하고 싶어 하니까. 그것도 아주 재미난 이야기라면. 그는 자기 앞에 놓인 칵테일로 살짝 목을 축이더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콜린 클라이드가 사고를 칠 것이라는 것을. 물론 이번 사고가 클라이드가 저지른 첫 번째 사고는 아니었다. 아마 마을 저쪽 한 귀퉁이에서 홀로 사는 제임스 노인이라면 클라이드가 저지른 수많은 말썽들에 대하여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애초에 클라이드와 시비가 붙은 것부터가 아론 그린의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날은 일요일이었다. 클럽 안에는 대여섯 명의 손님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아론 그린과 재키 샌더스도 있었다. 카운터 앞에 바싹 붙어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평소보다 술을 더 마신 아론에게 재키가 이날따라 더 섹시하게 보였고, 아론은 재키가 입고 있는 짧은 분홍색 미니스커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입술을 재키의 갈색 머리칼에 댄 채, 손으로는 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재키의 무릎이며 종아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때클럽의 문이 열리고 콜린 클라이드가 거구의 몸을 끌고 들어오더니 하필이면 아론과 재키가 앉아 있던 카운터로 왔다. 그리고 클라이드는 재키의 옆 빈자리에 털썩 앉았다.

"클라이드가 앉자마자 술 냄새가 확 났어요. 이 마을에 술집은 이 집 하나뿐인데, 대체 어디서 그렇게 술을 먹었겠어요? 보나마나 차량용 에탄올에다 물을 타서 들이마신 것이 분명합니다. 완전 미친놈이에요. 죽으려고 환장한 것이 아닌 바에야……."

나는 깜짝 놀랐다. 차량용 에탄올을 마시다니……. 그건 의학적으로 분명히 금지된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을 테지.

아론과 재키는 클라이드가 옆에 앉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안쪽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옮겼다.

"그래요. 그때까지도 아무 일 없었습니다. 클라이드는 평소처럼 럼주를 달라고 했고, 저는 한 잔을 따라 주었지요. 꿀꺽 한 입에 마셔버리더군요."

아론과 재키는 자리를 옮긴 다음에, 어두운 구석 테이블에서 아까보다 더 진한 사랑의 속삭임을 나누고 있었다. 다음 럼주를 기다리던 클라이드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클라이드가 럼주를 달래서 한 잔 더 주었습니다. 한 잔 더 주는 것이 큰 잘못은 아니잖아요."

나는 웨인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럼주를 두 잔이나 마신, 웨이드 연대의, 콜린 클라이드 육군 상사는 드디어 그 본색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그는 아론과 재키의 테이블로 다가가더니,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비죽 튀어나온 왼쪽 송곳니를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순간 재키의 얼굴이 얼어붙었고, 아론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클라이드의 주먹이 아론의 얼굴로 날아갔다.

"왜 그랬답니까?"

나는 웨인에게 질문을 던졌고, 웨인은 손은 내저었다.

"그 놈은 항상 그랬어요. 술만 취하면 그냥 맘대로……."

이제 우리가 슬슬 취해가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이거 재미있게 되어 가는데,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술에 취한 클라이드의 주먹은 제대로 명중하지 않았고, 아론은 살짝 옆으로 몸을 틀어 클라이드의 주먹을 피했다. 클라이드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면서 한 손으로 테이블을 짚었고, 그 순간 아론은 정면에 보이는 클라이드의 왼쪽 관자놀이에 꽉 쥔 오른 주먹을 박아 넣었다. 쿵 소리와 함께 클라이드의 얼굴이 테이블에 부딪친 다음, 반동으로 튀어 올랐다. 아론과 재키가 마시던 술잔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쨍그랑 소리를 냈다.

"아마, 클라이드는 그 순간 완전히 돌았을 거예요. 내가 장담합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칵테일 잔을 꽉 쥐었다. 그런 내 손을 본 웨인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이야기라는 것은 원래 듣는 사람이 신나야 하는 법이니까.

다시 클라이드는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아론이 훨씬 더 빨랐다. 아론은 클라이드에게 덤벼든 다음, 그의 양쪽 어깨를 잡고 뒤로 확 밀쳐 버렸다. 비틀비틀, 클라이드의 걸음이 꼬이더니, 테이블이 있는 구석 공간의 우측 석벽의 모서리에 뒷머리를 그대로 찧었다.

"난 보았어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말릴 생각을 못했지만, 어쨌든, 그때 내가 보니까, 클라이드의 두 눈이 흰자위만 보였습니다."

"그래서? 클라이드가 죽었습니까?"

웨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물잔을 들어 목을 축였고, 웨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 뒤 장식장으로 갔다. 거기에는 다양한 모양을 한 유리병들이 역시 다양한 색깔의 액체를 담고 있었다. 웨인은 거의 투명한 액체가 가득 들어있는, 목이 긴 유리병을 들고 왔다.

"미스터 녹스! 이제 이게 더 어울릴 것 같군요. 좀 더 센 놈으로 할까요?"

나야 취재비를 받아왔으니까, 아무 거나 상관없다. 그 다음 내용이야 안 봐도 뻔했다. 콜린 클라이드 상사가 샌드 클럽에서 아론 그린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아론 그린은 연대 헌병대에 체포 되었고, 즉시 영창에 수감되었다. 현역 군인을 죽였으니, 뭔지 몰라도 상당한 벌을 받았을 것이다. 나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웨인은 내 눈에서 흥미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을 보더니, 주름이 자글자글한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 가까이 들이밀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이야기입니다. 미스터 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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