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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현 Jul 19. 2024

맥스 그린(A Tale of Max Green)-3장

3.



아론은 쓰러진 클라이드를 보더니, 뒤로 천천히 물러났다. 그는 재키의 손목을 잡고 테이블에서 나와 클럽의 중앙으로 갔다. 바닥에 쓰러진 클라이드의 몸이 꿈틀댔다. 그의 입에서 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론! 죽었어?"

재키가 속삭이자, 아론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아론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클라이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클라이드의 몸 위로 숙이더니, 코에 귀를 대어 보았다. 숨을 쉬나 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그때 일어났습니다."

웨인은 한 마디를 던진 다음, 나의 눈치를 살폈다. 나는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래서요?"

"클라이드가 안 죽었습니다. 아니, 그놈이 그런 일로 죽을 놈입니까? 그놈을 죽이려면, 아마 연대에 있는 트랙터를 가져다가 깔아뭉개도 부족할 판인데……."

탕!

그 순간 총소리가 샌드 클럽 안에 메아리쳤고, 상사의 몸 위에 있던 아론 그린이 옆으로 푹 쓰러졌다. 클라이드의 손에는 허리춤에서 막 뽑아낸 권총이 들려 있었다.

꺄악!

재키의 비명 소리가 울렸다. 샌드 클럽에 있던 사람들이 허둥지둥 아론을 들쳐 업고, 클럽 밖으로 뛰쳐나갔다. 사람들은 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샌드 타운에 딱 하나 있는 병원으로 아론을 데려갔고, 복부에 총상을 입은 아론은, 샌드 타운 유일의 의사인 로버트 웨이드의 치료가 필요하게 되었다.

"휴우, 오랜만에 얘기를 하니까 출출해집니다. 손님은 어떠세요?"

웨인의 말에 내 배에서도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고, 이 소리를 들은 웨인은 그릇장의 윗벽에 붙어 있는 동그란 벽시계를 보았다. 오후 세 시. 한 시간이 지났다.

웨인과 나는 그가 준비한 나초와 과카몰레에 맥주를 곁들여 먹기 시작했다.

"흠, 이거 맛있군요."

나의 칭찬에 웨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렇지요. 아직 그래도 이런 것들이 마을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십 년 전보다야 못하기는 하지만요."

"미스터 웨인! 그 아론인가 하는 청년은 살았나요? 그리고 클라이드는 처벌을 받았습니까?"

"궁금하지요. 내, 마저 얘기해 드리지요."

웨인은 나초 가루가 묻은 손을 바지에 쓱쓱 비벼대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로버트 웨이드는 자리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사람들은 간호사 베티 시몬스에게 물어보았고, 베티는 그가 부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론은 피를 흘리며, 거의 삼십 분이나 의사를 기다려야만 했다. 부대에서 병원으로 돌아온 외과 의사 로버트 웨이드, 나이가 이십 대 후반이었던 그는, 어쨌든, 샌드 타운에서 제일 예쁘다는 재키 샌더스에게 아주 많은 관심이 있었다. 물론 재키에게 관심이 있는 남자가 어디 로버트 한 명 뿐이겠는가 말이다. 로버트는 부상자를 보더니 바로 그가 아론 그린임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아론은 로버트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정도 더 지난 후, 숨을 거뒀다. 맥스 그린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그런 아론이 죽었다. 이제 스무 살을 막 넘긴 아론이 죽은 것이다. 맥스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복수를 결심했다. 비록 그 복수가 언제 가능할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짐작도 되지 않았지만.

"어떻습니까? 이야기가 점점 흥미 있어지지 않습니까?"

"아……. 아론이 그렇게 죽었군요. 맥스 그린, 아, 아론의 형이라고 했었지요? 정말 슬펐겠습니다."

웨인은 두 손바닥을 비볐다.

"그럼요. 미스터 녹스! 부모도 일찍 돌아가시고, 맥스가 아론을 키웠지요. 그래서 맥스가 군인이 된 겁니다. 하사까지 진급했으니까요. 맥스는 훌륭한 군인이었습니다. 클라이드 같은 그런 쓰레기가 아니었지요."

내 예상이 멋지게 빗나갔다. 하지만 그런 걸로 실망할 내가 아니다.

"이제 이야기의 후반은 맥스가 클라이드에게 복수를 하는 거로군요. 안 그렇습니까?"

나는 혀가 살짝 꼬이는 것을 느꼈고, 웨인은 다시 한바탕 웃어젖혔다.

"하하하! 그럴 리가요. 클라이드도 뒷머리에 받은 충격으로 머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 이후에 몸을 잘 못 놀리더군요."

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클라이드라는 사람은……."

"클라이드는 무단으로 총기를 휴대한 죄와 사람을 쏜 죄를 받아, 영창에 아마 한 달인가 있었지요. 여기는 그렇습니다. 군대가 알아서 하는 거니까, 재판 결과에 대해서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얘기가 딴 데로 샜군요. 근데, 제 버릇 어디 갑니까? 클라이드 녀석, 영창에서 나오자마자, 꼭지가 돌도록 술을 퍼마시고, 만취한 상태로 야간에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그만 실족해서 죽었습니다. 마을 저쪽으로 가면 예전에 돌을 캐내던 채석장이 있답니다. 거기에서 실족해서 떨어졌지요. 한 삼 미터나 될까요?"

"아니, 겨우 그 정도에서 떨어져 죽어요?"

웨인은 내 눈 앞에서 오른손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거꾸로 떨어졌답니다. 아, 내가 말씀드렸잖아요. 채석장이라고. 이번에는 확실히 머리가 깨져 버렸답니다. 다음날 날이 밝은 다음,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주위가 온통 피바다였답니다. 머리에서 피를 한 바가지 쏟고 죽은 거지요."

나는 맥주잔을 들어 단숨에 마셔버렸다. 피 이야기가 나오자 뱃속이 느글느글해지는 게, 영 개운치가 않았다.

"거꾸로 떨어졌다? 혹시 누가 밀어버린 것 아닐까요?"

"누가 알겠습니까? 어두운 밤에, 그렇게 술을 먹었으니, 사고가 날 만도 하지요. 미스터 녹스!"

"그럼, 맥스의 복수가 하늘에 의해서 이루어진 거네요?"

나의 말에 웨인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샌드 타운은 그 이후로 두어 달 조용했다. 아론 그린과 콜린 클라이드의 죽음도 서서히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혀져 갔다. 그리고 재키 샌더스 역시 아론의 죽음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아론의 빈자리를 로버트 웨이드가 꿰찬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 관계가 완전히 인정받으려면 아직도 한 두어 달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마을, 이 마을은 그런 마을이었으니까.

재키는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병원에 들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횟수가 증가했다. 이제는 거의 매일 병원에 들러서, 환자가 없을 때면, 로버트의 진료실에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 했다. 단 둘이 그 좁은 방안에서 뭘 하는지, 간호사 베티는 잘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늦게, 연대 정문으로 재키가 찾아왔다. 위병소에서 면회하고자 하는 사람의 이름을 댔는데, 놀랍게도 맥스 그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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