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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인간-4장

by 윤금현

4.




“메리! 이제 어떻게…….”

제이콥 트래인은 메리 커티스를 보았으나, 메리 역시 좌석에 머리를 처박은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제이콥은 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는 존 쇼트를 보았다. 존은 완전히 얼이 빠진 표정으로 좌석에 묶여 있었다. 그의 입에서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이봐, 지금 저 뒤쪽에 녹색인들이 묶여 있단 말이야. 저들을 풀어줘야만 해.”

제이콥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메리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잔! 수잔!”

제이콥은 다시 스튜어디스를 불렀다.

“제이콥! 왜요?”

뒤쪽에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수잔! 휴게실에 묶여 있는 두 사람을 풀어줘야 해. 안 그러면 죽을지도 몰라.”

“제이콥! 나는 못해요.”

수잔은 겁에 질려 있었다.

걸프스트림이 다시 요동을 쳤다. 의자에 앉아 있던 네 사람은 좌석에서 위로 올라갔다가 벨트에 묶인 채 다시 좌석에 파묻혔다. 아주 지독한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다들 뱃속에서 뭔가가 다시 밖으로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조종실 쪽에서 엘리자벳이 걸어오다가 항공기 천장에 머리를 부딪친 다음, ‘꺄악’ 하는 비명 소리를 뒤로 하고, 좌석 사이의 통로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제이콥은 안전벨트를 풀고, 좌석에서 일어섰다. 양손으로 좌석의 팔걸이를 잡고 통로를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시 걸프스트림이 출렁거리자, 제이콥은 얼른 통로에 주저앉았다. 잠시 조용해지자, 제이콥은 벌떡 일어나 달렸고, 그대로 항공기 뒤쪽에 자리한 휴게실로 향했다. 화장실을 지나쳐 정면에 보이는 문을 열고 뛰어들었다. 제이콥이 들어가자마자 문이 쾅 닫혔다.

“말콤! 왼쪽 엔진을 꺼야…….”

“랄프! 그렇게 해. 저걸 꺼 버려.”

부기장 랄프는 손을 뻗어 왼쪽 엔진을 껐다. 순간 걸프스트림이 왼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크게 선회를 시작했다.

말콤은 조종간과 방향타를 조정하여 비행기를 똑바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저 멀리 지상에 나무들이 듬성듬성한 풀밭이 보였다.

“랄프! 저기 내릴 거야. 준비해.”

말콤은 드디어 마음을 먹었다.

'어찌 되든 착륙하고 보는 거야.'

“오케이.”

랄프는 랜딩 기어를 내렸다. 걸프스트림이 덜컹하며 순간 몇 미터는 하강했다. 비행기 아래에서 긁히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비행기는 거의 나무들 위에 떠서 흘러가는 것 같았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말콤은 조종간을 앞으로 밀어, 그대로 걸프스트림을 풀밭으로 유도했다.

“아앗! 조심해!”

말콤의 외침 소리와 함께 걸프스트림은 그대로 아마존의 밀림에 처박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