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절대 봐서는 안 될 책
사람들이 가장 잘 속는 세 가지 매체가 있다.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그거, 책에 나왔어." 또는 "그거 신문에 나왔어." 또는 "그건 컴퓨터에 나와.". 챕터의 제목이 책에 대한 것이므로, 가급적 아니 절대 봐서는 안 될 책들에 대하여 알려 주겠다. 네 가지 범주로 요약할 수 있다. 자기 개발서, 일기, 미래 예측서 그리고 투자 설명서(소위 말하는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책).
서점에 가면 숱하게 많은 소위 자기 개발서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아예 코너 전체가 이걸로 도배가 된 곳도 있다. 왜 이렇게 자기 개발서들이 많을까? 그 이유를 지금 당장 말하면 재미가 없다. 물론 그 이유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소위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자기 개발서들을 열심히 써서 세상에 내놓는다. 내가 ‘사람’이라는 표현을 썼다. ‘작가’가 아니다. 작가라는 표현은 이런 데 쓰는 게 아니다. 작가라는 태그는 진짜 작가들에게나 붙이는 거다. 그럼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진짜 작가가 누구인지 밝혀보자.
진짜 작가는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다. 진정한 작가란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럼 너는? 너는 작가야?”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이것도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포켓 몬스터에서, 로켓단의 그 예쁜 로사가 즐겨하던 말이다. “그렇다! 나는 작가다!” 강조하기 위하여 느낌표를 두 번이나 붙였다. 내가 쓴 소설들에 대하여 광고를 하겠다. 이 책을 산 여러분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광고비는 받지 않는다. 먼저 브런치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단편 소설이 몇 개 있다. 앞으로 더 올릴 수도 있다. 추가하면, 장편, 단편 소설들은 아마존에도 있다. amazon.com. 물론 영어다. 검색은 영어로 해야 한다. Yoon Keum Hyun. 파파고 도움을 좀 받았다. 그래, 많이 받았다. 하지만, 결국 인공지능보다는, 아직 인간이 낫더라. 어쨌든 관심 있으면 가서 보면 된다. 단 아마존의 영문 소설은 돈을 내고 사야 한다! 이걸로 나는 작가라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글을 계속 하겠다.
하여튼 우리는 자기 개발서라는 것들을 사서 열심히 본다. “그래, 책 좀 보자.” “그래, 나도 내 자신을 개발해야지.” 천만의 말씀이다. 이런 자기 개발서들을 나는 순한 표현으로 ‘쓰레기’라고 부른다. 왜? 진짜 쓰레기 책들이니까. 그럼 이 책은? 이 책은 쓰레기가 아니다. 자신하는가? 그렇다! 자신한다! 그러니 믿고 읽어라! 다시 얘기하지만, 못 읽겠으면, 친구에게 선물해라! 그러면 나중에 친구에게서 좋은 말을 분명히 들을 것이다.
자기 개발서들을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대학 일학년 때 읽었는데, 제목이 참 근사했다. “See you at the Top!” 우리말 번역은 이랬다. “정상에서 만납시다.” 돈 주고 사서 읽었다. 왜? 제목에 낚였으니까. 역시 쓰레기 책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끝까지 안 읽었다. 궁금하면 찾아보라. 돈 주고 사서 읽어도 된다. 그러나, 나라면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면 사람들이 지갑을 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이들은 작가가 아니다! 결국 자기 개발서 역시 수다에 불과하다.
요새 사람들이 글을 참 많이 쓴다. 그런데 이런 글들을 읽다가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다들 일기를 열심히 써서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일기를 쓰는 사람들은 작가가 아니다. 어떤 것이 일기일까? 여기저기 다녔던 여행 이야기. 여행 이야기가 일기가 아니면 뭘까? 그리고 회사 이야기. 회사를 다니고 있는 이야기도 있고, 회사를 그만 둔 이야기도 있다. 역시 일기다. 자신의 감정 이야기. 이거야말로 진짜 일기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 이것도 진짜 일기다. 기타 등등 이야기. 전부 일기다. 남이 쓴 일기를 봐서 뭐할까? 일기는 일기라는 다른 단어로 표현된 수다에 불과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책들도 꽤 많다. 거의 자기 개발서만큼 된다. 그리고 글을 쓴 사람들 대부분이 이름이 알려져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름깨나 알려진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책을 쓴다. 사회에 큰 이슈가 생길 때마다, 앞으로의 미래를 대비하라고 이런 책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딱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정말로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답을 우리 모두 알지만 여기에 글로 쓰겠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러면 미래 예측서들을 쓴 사람들은 대체 뭘 믿고 이런 글을 썼을까? “정확한 거는 아니지만, 이렇게 될 거야.” 그럼 이것이 대체 무슨 말이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미래에 이런 일이 생긴다는 거야, 안 생긴다는 거야? 한 마디로 말해서 쓰레기다. 이걸 사서 보면 두 가지 손해를 본다. 하나는 책값이고, 두 번째는 당신의 뇌가 썩는다. 덤으로 시간도 낭비한다. 정확하지도 않은 이야기에 대해, 만약 믿는다면? 당신의 뇌에 이 정보가 저장되어,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면? 당신은 뇌에 거짓을 담고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런 책들은 끊어라. 이런 책들은 수다라고 불러주기조차 창피하다. 이름이 알려진 소위 성공한 사람들이 왜 이런 미래 예측서들을 쓸까? 간단하다. 책 팔아 돈 벌려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