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 돈을 쓴다는 것
뇌를 비우는 방법과 돈 낭비를 읽고 나니 기분이 어떤가? 좋은가? 나쁜가? 관심도 없고, 상관도 안 한다. 그게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니까. 우리는 살면서 돈을 쓴다. 벌기만 하고 안 쓸 수는 없으니까.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하여 돈을 쓴다. 좋다! 아주 좋다! 그러면 누가 뭐라 할 것인가? 중요한 문제는 꼭 돈을 써야 할 곳에 돈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필요 없는 곳에 쓰는 돈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단 한 줄로 쓰고 끝내면 사람들은, “내가 뭘 어쨌길래?” 하면서 아무 반성도 하지 않는다. 분명히 반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지금부터 분석해 보자.
옷을 입어야 한다. 그러니 옷을 사야 한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과연 몇 벌의 옷이 나에게 필요할까? 이런 재미난 카툰을 본 적이 있다. 옷장을 열었는데, 옷이 달랑 두 벌 걸려 있다. 이걸 본 남자는 씩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직도 입을 게 많네.” 다음 여자의 경우. 옷장에 옷이 가득 차 있다. 이걸 본 여자의 예쁜 눈망울이 슬픔으로 가득 차며 이렇게 말한다. “입을 게 없군. 슬퍼.” 원래 카툰에는 “슬퍼.”는 없었다고 기억난다. 내가 넣었다. 왜? 그녀가 너무 슬퍼 보여서. 이제 우리가 얼마나 옷에 돈을 많이 낭비하고 있는지 모두 잘 알았으리라 믿고 싶다. 사람에게 몇 벌의 옷이 필요한지 나는 모른다. 그러니 몇 벌의 옷으로 만족하라고 말할 수도 없거니와, 그러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옷에 적당히 돈을 쓰자고 권하고는 싶다.
먹어야 산다.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젠데, 의식주 순서에 따라, 두 번째로 언급하는 것이다. 왜 의가 식보다 먼저일까? 그 이유는 솔직히 모르겠다. 굶어 죽어도 옷은 입어야 하는 건가? 어쨌든 먹어야 산다. 음식을, 또는 음식 재료를 사야 한다. 그래 사자! 그래야 먹고 사니까.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많이 먹는 것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가 없다. 그건 자기 맘이니까. 적게 먹든, 많이 먹든, 싸게 먹든, 비싸게 먹든, 이 모든 것은 자기 맘이다. TV에서 이걸 먹어라, 저걸 먹어라, 이걸 먹으면 안 된다, 저걸 먹으면 안 된다, 다들 수다만 떨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 이걸 먹으면 건강에 좋다, 저걸 먹으면 건강에 좋다. 그래서 우리는 TV 방송과 유튜브를 끊어야 한다. SNS에 “난 오늘 이걸 먹으러 왔어!”하고 사진이 척 올라온다. SNS를 끊어라!
집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잠도 자고, 등등. 옛날 원시 인류들도 동굴에서 살지 않았는가? 동굴이 집이었다. 나무 위에서 사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그건 원숭이들이 하는 짓이다. 집은 비싸다. 옷이나 음식에 비하면 턱없이 비싸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대한민국의 현재 집값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결코 아니다. 이건 현실이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자. 나에게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를 한 방에,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경이로운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책 뒤에 부록으로 남겨 두겠다. 아울러 세금 제도의 개혁에 대한 것도 부록에 붙이겠다. 부록도 있으면 왠지 공짜인 것 같은 심정이 든다. 바로 그걸 노린 거다. 하하하!
결론! 의식주에는 돈을 써야 한다. 필요한 것에는 돈을 써야 한다. 단, 필요 없는 곳에는 돈을 안 써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한다. 필요 없는 곳에는 돈을 안 써야 한다! 왜 그렇게 필요 없는 데 지출을 할까? 혹시 설마, 아니면 뭔가 들은 게 있어서 그러는 것인가? 사람들이 돈을 써야, 내가 돈을 써야, 경제가 돌아가니까. 설마 진짜 이걸 믿는 건 아니겠지? 내가 돈을 안 써도 경제는 돌아간다. 당신이 돈을 안 써도 경제는 돌아간다. 우리가 돈을 안 써도 경제는 돌아간다. 왜? 돈 많은 부자들이 쓰니까. 돈 없는 우리가 써봤자 그게 얼마일까? 모이면 크다고? 그럼 지금까지 당신은 대체 무슨 정보를 그렇게 인터넷에서 보고 다녔지? 우리나라 부의 분포에 대하여 알고 있는가? 우리나라 상위 5 퍼센트가 전체에서 50 퍼센트의 돈을 벌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95 퍼센트가 나머지 50 퍼센트를 나눠 가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95 퍼센트,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 포함되는, 95 퍼센트가 돈을 안 써도, 상위 5 퍼센트가 돈을 쓰면, 경제는 돌아간다. 절반이라도. 거 봐! 절반 밖에 안 되잖아. 난 이 말에 대하여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겠다. 방송국, 유튜브, 네이버, 다음, SNS, 여기에 관련된 사람들이 5 퍼센트에 속할까, 아니면 95 퍼센트에 속할까? 95 퍼센트에 속하는 우리들이 5 퍼센트의 수다쟁이들을 열심히 빨아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부자다. 좋은가? 안 좋은가? 정말 필요 없는 데 시간을 쓰지 말라!
수학을 이용하여 아주 간단한 계산을 해보자. 500 개의 파이를 5 명이 나눠 가진다. 한 사람당 100 개다. 나머지 500 개의 파이를 95 명이 나눠 가진다. 대략 5 개다. 계산은 5.2631…… 이렇게 나가지만, 5 개로 해도 무방하다. 그러면 100 개와 5 개 차이는 20 배다. 5 퍼센트가 버는 수입은 95 퍼센트가 버는 수입의 약 20 배다. 숫자상으로는 별 거 아닌 거 같다. 그럼 이제부터 불편한 진실을 만나 보자. 수입이 20 배 차이가 나니까, 95 퍼센트가 20 년 동안 버는 돈을, 5 퍼센트는 1 년에 번다. 95 퍼센트가 40 년 동안, 거의 취직해서 은퇴할 때까지 버는 돈을, 5 퍼센트는 2 년에 번다. 95 퍼센트가 20 년에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면, 5 퍼센트는 그 동안 집 20 채를 산다. 그리고 그 20 채를 샀다 팔았다 하면서 얼마를 더 벌까?
나는 돈을 쓸 것이 아니라 돈을 벌어야 한다. 당신은 돈을 쓸 것이 아니라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 모두 돈을 쓸 것이 아니라 돈을 벌어야 한다. 부자가 된 다음에 돈을 쓰자. 그럼, 젊어서 못 쓰고, 못 놀고, 어떡해? 퇴근하고 와서, 돈 벌고 와서, 남는 시간 동안 난 즐기지도 못하나? 맘대로 해라. 부자가 되려면 그 시간도 해야 한다. 서민갑부에 어떤 아줌마가 나와서 이렇게 말하더라. “악착같이 살았다.” “악착같이 벌었다.”의 뜻. 그리고 다시 말한다. 쓸데없는 정보를 입력하면, 뇌가 썩는다. 좋은가? 아니면 내 말이 거짓말 같은가? 이제 진짜로 뇌에 뭘 채워야 하는지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