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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을 찾아서(Finding Nik)-13

by 윤금현

17.


“줄리어스 애슬로우! 훈방이다.”

왼편 가슴에 ‘K. 암스트롱’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는, 체구가 큰 경관이 줄리어스를 불렀다. 암스트롱 경관은 독방 자물쇠를 따고 문을 열더니, 줄리어스에게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줄리어스는 그를 따라서 경찰 분서 한쪽으로 갔다. 저쪽 너머에 ‘서장실’이라는 이름표가 보였다. 분서 내부는 칸막이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 칸막이 안쪽에 다른 경관 한 명이 줄리어스의 물건들을 종이봉투에 담아서 책상 위에 놓아두고 있었다.


“브라운 경관! 언제 집에 갈 건가?”

줄리어스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낸시 브라운 경관이 어떤 경관 앞에 서 있었다.

“아직 정리할 것이 남아 있습니다. 마저 끝내고 퇴근하겠습니다.”

“좋아.”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머리를 서류 더미 속으로 집어넣는 낸시 브라운을 줄리어스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눈빛이 갑자기 변했다.


“이제 도둑질은 안 됩니다. 알아들었겠지요? 자, 당신 물건들입니다.”

줄리어스는 고개를 꾸벅해 보이고는 얼른 봉투를 집어 들었다. 나침반, 부싯돌, 망원경 그리고 책 한 권. 여신상 사진이 없었다. 그는 의아한 얼굴로 봉투를 건네준 경관을 쳐다보았다.

“빵 가게 사람이 빵 값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당신을 풀어주는 거예요. 그 미스터 브루스, 아들들 중 한 명인데, 자기 아버지께 그걸 선물로 드리고 싶답니다. 문제가 있나요? 우리는 당신에게 노역을 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오히려 감사하지요. 덕분에 여기서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 나가시오. 다시는 오지 마시오.”


경찰서 밖의 세계로 나온 줄리어스는 발걸음을 재빨리 하여, 옆 건물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종이봉투에서 책을 꺼냈다. 중간 부분이 뭉텅이로 찢겨져 나가고 없었다.

“어라?”

줄리어스는 책을 흔들어 보았다.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 그는 찢겨져 없어진 부분을 넘겼다. 그리고 읽어 내려갔다.


[...... 그는 공간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것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인간이 자연의 정밀한 톱니바퀴에 자신들의 기계를 붙이는 것에 성공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그는 믿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많은 세대가 가기 전에, 우리의 기계들은 우주의 어디에서도 얻을 수 있는 힘에 의해서 움직일 것이다.”]


“호, 우주의 어디에서도 얻을 수 있는 힘? 도대체 그게 뭐지?”

줄리어스에게는 경찰서 문 쪽을 쳐다보았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줄리어스는 책장을 그냥 넘겼다.


[...... 그리고 특허 분쟁이 있었다.]


“어? 이걸로 끝인가?”

찢어진 책.png

“젠장, 책이 또 찢어져 있잖아.”

줄리어스는 마지막 한 장 남은 페이지를 넘겼다. 짤막한 문장이 있는데, 그것마저도 뒷부분은 없었다.


[1943 년 1 월 7 일 86 세의 그는 ....... ....... ....... 홀로 사망하였다. (On 7 January 1943, he, 86, died alone ....... ....... .......)]



18.


“읽어보니 어떤가?”

“이 사람이 대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하고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존 스튜어트 중위가 무덤덤하게 말을 하였다.

“혹시 전기 에너지와 연관된 일입니까?”

톰 클린스 중위가 말을 꺼냈다. 스티븐스 대령은 세 명의 얼굴을 하나씩 보더니, 다시 줄리어스 애슬로우 중위를 쳐다보았다.

“중위는 말이 없군.”

“네, 대령님. 저는 특별히 할 말이 없습니다. 실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

대령은 몇 번 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찾은 저 상자는 타임머신이다. 즉 과거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인 것이지. 내가 여기 스태튼 아일랜드로 온 이유가 바로 저것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 1 차 목적을 달성했으니, 두 번째 작전을 실행한다.”

대령의 말에 세 명의 소대장들은 긴장하였다.

“작전은 간단하다. 그 책에 있는 인물을 찾으러 누군가 한 명이 그의 시대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그를 찾아서 다시 여기로 데려온다. 이상.”

스티븐스는 다시 말을 하였다.

“단 한 명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저 기계가 일인용이라서 그래.”

존과 톰은 대령의 마지막 말에 웃었다. 그러나 줄리어스는 웃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줄리어스를 바라보는 대령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스티븐스 대령과 세 명의 장교들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다들 말이 없다. 다른 쪽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부대원들이 장교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대령이 말을 하였다.

“아까도 말을 했었지만, 이제 지원자를 받는 것이 순서겠지? 누가 저걸 타고 과거로 가서 그를 데려 올 임무에 자원하겠나?”

존 스튜어트, 줄리어스 애슬로우 그리고 톰 클린스 세 명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다들 말이 없었다. 줄리어스 애슬로우 중위가 질문을 하였다.

“대령님, 저 시커먼 물건이, 그러니까 타임머신이라는 물건이, 일인승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분명 저건 일인용이야.”

“그렇다면 만약 과거에 무사히 도착한 다음, 그를 찾아서 태우면, 저는 어떻게 돌아옵니까?”

대령은 물끄러미 줄리어스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존과 톰의 얼굴이 벌게졌다.


가로 세로 2 미터 정도의 네모난 탁자 가운데 동그란 접시가 놓여 있고, 그 위에 두 번 접힌 세 개의 종이가 가지런히 있었다. 네 명의 장교들이 탁자의 각 변에 앉았다.

“이제 이 세 개의 종이 중 하나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나머지 두 개에는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다. 각자 하나씩 뽑는다. 물론 먼저 뽑는 사람과 나중에 뽑는 사람은 다른 기회를 가지는 것이므로, 나는 이렇게 하고자 한다.”

말을 마친 대령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뻗어 접시를 잡았다. 그러더니 그는 접시를 들어서 하늘에 종이들을 홱 뿌려 버렸다. 세 장의 종이들은 잠시 허공에 머무르는가 싶더니 서서히 움직이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제 운명에 맡기고, 각자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의 종이를 집는다.”

세 장교들은 종이쪽지를 집었다.

“자 이제 볼까?

세 중위들은 자기의 종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세 명의 눈에 당황스런 빛이 어렸다.

“누구의 종이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지?”

아무도 말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자신이 뽑은 종이만 들여다보고 있다. 그때 존 스튜어트 중위가 앞으로 나섰다.

“대령님, 제 종이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래. 스튜어트 중위.”

줄리어스와 톰도 종이를 펼쳤고, 거기에 동그라미는 보이지 않았다. 대령은 장교들을 바라보더니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머신은 분명 일인용이라네. 그리고 나는 부하를 버리는 사람은 아니야. 스튜어트 중위가 임무를 완수하면, 저건 여기로 오겠지. 그 다음 빈 머신을 다시 한 번 보낸다. 그러면 스튜어트는 그걸 타고 다시 우리에게로 올 수 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대령은 세 장교들은 한 명씩 보더니 씩 웃었다.

“그러니 이제 다들 긴장 풀어.”


애슬로우 중위와 스튜어트 중위는 세인트 조지 도서관 센터 바깥에서 소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주변을 경계하는 이들도 있었고, 모닥불을 피워 놓은 곳 근처에서 뭔가를 정리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로비에서 스티븐스 대령이 나왔다.

“이제부터 스튜어트 중위는 모든 일에서 빠진다. 그의 소대 지휘권은 당분간 애슬로우가 행사한다.”

스티븐스 대령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스튜어트를 손짓으로 불렀다. 둘은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