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X. 완전히 평등한 사회 - 패러다이스
요새 지구상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의 수는 약 70 억 명이라고 한다. 이중 0.1 퍼센트면 몇 명일까? 대략 7백 만 명 정도 된다. 이 사람들이 얼마나 부자일까? 아마 어마어마한 부자들일 것이다.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부자들이 만들려고 한다. 그러면 대체 왜 그들은 인공지능을 만들려고 할까? 인공지능을 왜 만들까? 그 이유는 인류의 역사를 보아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노예제 사회였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노예가 있었다. 노예가 좋은 점이 뭘까? 먹여주고 입혀 주고 재워주면, 더 이상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노동력은 얼마든지 착취할 수 있다. 고대시대부터 있어온 노예제도는 중세에도 있었고, 근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존재했다. 우리나라 역시 5천 년의 역사 동안, 노예제가 계속 있었다. 미국도 노예제하에서 성장하였다. 만약 그 많은 목화 노동자들에게 정상적인 임금을 지불했다면, 그런 부자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삼천 명이 넘는 노예를 데리고 있었다.
그러면 지금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노예제 사회다. 인간 사회는 고대의 노예제로부터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더 이상 노예가 주인 집에서 안 산다. 주인이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지 않는다. 이제는 스스로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을 찾아서 살아야 한다. 어떻게? 돈으로 살 수 있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지 않는 대신 월급을 주지 않는가? 옛날과 무엇이 변했지? 주인은 그대로 있고, 노예들만 주인 집 밖에 나가서 살 뿐이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5 퍼센트가 50 퍼센트를 가져간다. 95 퍼센트가 나머지 50 퍼센트를 나눠 가진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노예인가? 그런데 노예들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열심히 주인만 빨아댈 뿐이다. 파이의 크기는 제한되어 있다. 대한민국 돈 역시 제한되어 있다. 그들이 파이를 적게 가져가야지, 내가 먹을 파이가 커진다. 이제 알겠는가? 그렇게도 돈 버는 것이 힘든지를. 이제 알겠는가? 그렇게도 부자가 되는 것이 힘든지를. 그런데 노예들이 항상 말썽이다. 간단히 말해서 시끄럽다. 더하여 요구 조건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제 새로운 노예가 필요하다. 데모 안 하는 노예, 안 떠드는 노예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왜 필요한지 알겠지? 7억 개의 인공지능이 있다고 해 보자. 0.1 퍼센트의 진짜 인간들, 7백 만 명의 진짜 인간들.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고 그리고 죽는 진짜 인간들. 그리고 이들을 무조건 돕는 7억 개의 인공지능들. 한 사람당 백 개. 한 사람당 백 개의 노예들. 이 노예들이 농사도 짓고, 소도 키우고, 물고기도 잡고, 공장에서 일도 하고, 각종 서비스도 제공한다. 참으로 완전히 평등한 사회다. 이것이 패러다이스다. 이제 왜 인공지능을 그렇게 만들려고 하는지 알겠는가? 인공지능이 탄생하면 없어질 직업 리스트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나와도 없어지지 않을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 미안하지만, 거짓말이다. 인공지능이 나오면 없어질 직업은 99.9 퍼센트다. 99.9 퍼센트의 인간이 사라져도 지구는 끄떡없다. 경제 역시 잘 돌아간다. 패러다이스의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