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닉을 찾아서(Finding Nik)-16

by 윤금현

23.


사람들이 붐비는 배터리 파크 거리를 걸어가던 브라운 경관은 워터 스트리트 쪽으로 갔다. 그녀는 길거리에 있는 시장 구역을 통과하여 아파트가 길 양쪽에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경찰서에서부터 따라온 남자도 계속 갔다.

낸시 브라운은 아파트 일층으로 들어갔다. 남자도 따라 들어갔다. 줄리어스는 얼른 길을 건너 아파트 문 앞에 섰다. 그 다음 재빨리 그녀가 들어간 건물 일층으로 따라 들어갔다. 줄리어스는 깃을 세운 남자가 이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발소리를 줄인 채 살금살금 계단 밑까지 왔다. 그 남자가 2 층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갔다. 줄리어스는 후다닥 뛰어서 계단을 올라갔다. 그는 고개를 살짝 오른쪽으로 내밀었다. 세 번째 문 앞에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세 번째 문을 밀었다. 문은 슥 열렸고, 남자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줄리어스는 그 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낸시 브라운의 집 문에 귀를 바짝 갔다 대었다.


아파트 복도는 주위의 높은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어둑어둑했다. 낸시의 집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줄리어스는 문을 살짝 밀었다. 조금 벌어진 문틈에 눈을 대었다.

낸시.jpg

날씬한 두 개의 벗은 다리가 보였다. 여자 다리.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줄리어스는 문을 살그머니 더 밀었다. 하얀 허벅지가 보였다. 무릎 위까지 치마가 말려져 있었다. 치마 속으로 연분홍빛 속옷이 보였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문을 절반 정도 열었다. 줄리어스는 남자의 등을 보았다. 그는 거실 바닥에 무릎을 대고 여자의 몸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남자의 왼손은 또 다른 가느다란 손목을 거실 바닥에 대고 누르고 있었고, 오른손은 보이지 않았다.


“자, 브라운 양. 아니지. 낸시라 불러도 되겠지? 이 예쁜 목에 칼자국이 나면 절대 안 되지.”

남자는 말을 했다.

“올 사람도 없고 시간도 많으니, 이야기를 조금, 아주 조금만 해도 되겠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낸시, 나는 그전부터 댁을 좋아했어.”

남자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했다.

“그렇지만 경관과 도둑은 어울리지 않잖아. 이것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니야. 반항을 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아.”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싫으면 이번 한 번 만일 수도 있어.”

줄리어스는 오른발을 천천히 들어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내디뎠다.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왼발을 당겼다. 남자는 낸시의 목덜미에 칼을 대었다. 줄리어스는 손을 뒤로 돌려 문을 조용히 밀었다. 그러나 닫지는 않았다.

남자는 오른손의 칼을 바닥에 내려놓고 낸시의 블라우스 첫 단추를 풀었다. 하나, 둘, 셋....... 낸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줄리어스는 남자의 뒤로 다가가 그의 목 앞으로 왼팔을 둘렀다. 그리고 그대로 목을 졸랐다. 목을 조르고 있는 왼팔 손바닥에 오른팔을 세운 다음 왼손으로 팔꿈치 위를 잡았다. 그 다음 오른손을 돌려 오른손바닥을 남자의 목 뒤에 걸었다. 그 다음 남자의 뒷머리를 앞으로 눌렀다. 남자는 양 손으로 줄리어스의 왼손을 잡았다. 그는 줄리어스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러면서 그는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으으으.......”

낸시 브라운이 신음 소리를 냈다. 줄리어스는 남자의 등 뒤에 딱 붙었다. 계속 목을 졸랐다. 순간 그의 눈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낸시의 얼굴이 보였다. 줄리어스는 그대로 남자와 함께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24.


“줄리어스, 저 안에 들어가면 좌석이 있어. 그리고 위를 보면 천장의 문 옆에 손바닥 모양이 보이는데, 거기에 중위의 손을 대면 문이 닫히고 출발 준비가 끝나게 되는 거야.”

줄리어스는 머신의 사다리를 잡았다.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지금 위치는 이 건물의 지하이지만, 자네는 건물 2 층의 빈 공간에 도착할 것이야. 이 머신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과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내가 방금 도착 장소와 도착 시간을 설정하였지. 그러면 여기와 거기 사이가 연결돼.”

“대령님, 지금도 그 위성들이 동작합니까?”

애슬로우 중위는 질문을 했다.

“비록 핵전쟁으로 이 세상이 끝장나기는 했지만, 그 위성들은 살아남았다네. 지금도 지구 둘레를 돌면서 신호를 보내오고 있지. 다만 그 신호를 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머신은 그 신호를 이용하여 시간 여행 중에 자신의 공간적 위치를 조금 변경할 수 있어. 아주 조금. 여기 지하에서 이 건물의 몇 층 정도까지는 이동할 수 있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소대원들이 이걸 들고 2 층까지 올라가야 할 걸. 하하하.”

스튜어트는 웃지 않았으나, 클린스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꼭 2 층으로 이동해야 할까요?”

클린스 중위의 질문에 대령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찌르더니 턱을 끌어 당겼다. 그리고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이봐, 그 시대에는 지하주차장 같은 것은 없었을 거야. 내가 장담하지.”

줄리어스 애슬로우 중위는 머신의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쯤에서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대령의 얼굴이 보였다. 그 옆에 클린스 중위가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 가슴팍에 붕대를 두르고 있는 스튜어트 중위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었다.

“헤이, 긴장들 풀어. 내가 죽으러 가는 거도 아닌데, 뭘.......”

“그럼, 대령님, 갔다 오겠습니다. 행운을 빌어 주십시오.”

“그래. 행운을 비네.”

대령은 검지를 들어 보였다. 스튜어트와 클린스는 줄리어스에게 경례를 했다. 줄리어스는 이 광경을 보다가, 고개를 홱 돌리곤 그대로 위로 올라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