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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을 찾아서(Finding Nik)-17

by 윤금현

25.

폰티악.png

월 스트리트 경찰 분서 앞에 ‘끽’ 소리와 함께 폰티악 토피도우가 멈췄다.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멋지게 차려입은 남자가 나왔다. 굳은 표정이었다.

그는 경찰서 문을 벌컥 밀고 들어섰다. 문 근처에 있던 몇 명의 경관들이 문 쪽을 돌아보았다. 잭슨 경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마중을 나갔다.

“오랜만입니다.”

잭슨은 손을 내밀었고, 남자는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딱 한 마디를 했다.

“월터는?”


서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 조지 윌리엄스는 말도 없이 서장 책상 건너편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자, 이야기해봐. 도대체 어떤 녀석이 그런 극비사항을 지껄인단 말인가?”

“조지, 빨리 왔군. 숨 좀 돌리지.”

“이봐, 월터, 나 바쁜 거 알지? 당장 얘기해 봐.”

로이드 서장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 끝장내는 어마어마한 폭탄이 있다는 거야.”

로이드 경위는 말을 마치고 팔짱을 꼈다. 찰리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더니 연기를 ‘훅’ 하고 뿜었다.

“월터, 그건 극비 중에서도 극비라네. 우리 연방수사국에서도 몇 명밖에는 몰라. 이건 나도 자네도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


* * *


“조지, 뉴멕시코로 간다며?”

다들 왁자지껄 웃어댔다.

“그런 촌구석에서 뭘 한단 말인가?”

얼굴이 벌게진 조지 로이드는 약간 흔들리는 모습으로 맥주잔을 들었다.

“아메리카 합중국을 위해! 그리고 승리를 위해!”

주위에 있던 젊은 남녀들이 ‘와’ 하고 웃으며 술을 마셨다.

“‘붐’ 하고 터지면 다들 놀랄 거야.”

월터 로이드는 조지를 파티 룸 구석으로 끌고 갔다. 조지 윌리엄스가 기둥 옆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졸린 표정이었다. 윌리엄스는 엉덩이를 들어 빈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월터, 잘 들어. 나는 그냥 촌구석으로 놀러 가는 게 아니야. 너는 입이 무거우니까 내가 말하는 거야. 나는 어마어마한 폭탄을 만들러 가는 거야.”

“조지, 많이 취했어. 이제 그만 마셔.”

“큭큭, 월터, 너는 경찰이 재미있나? 할 만해?”

“뭔 횡설수설이야? 술만 마시면 취해가지고.......”

월터는 조지에게 투덜댔다.

“야, 월터, 너 그거 기억 나냐?”

“.......”

옆에 있던 윌리엄스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월터, 기억나? 그 폭탄 말이야? 너는 너무 놀라서 엉엉 울었잖아. 하하하.”

“헤, 우리 용감한 경관 나리께서 질질 짰단 말이지? 흐흐흐.”

윌리엄스가 웃어댔다. 월터 로이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봐, 형, 그건 어릴 때 하던 놀이였어. 게다가 폭죽 스무 개 정도를 모아놓고 한 방에 불을 붙이면, 어린 애라면 다 놀라.”

“이번 것은 그때하곤 달라. 이건 진짜 한 방이거든.”

“취했어. 이제 그만 해.”

“꺼억.”

조지 로이드는 월터 로이드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잠이 들었고, 그 옆의 조지 윌리엄스도 함께 졸았다.


* * *


“조지, 그때 생각 나?”

로이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잠시 멍하게 있던 윌리엄스가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래. 아주 선명히 기억나. 솔직히 그때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몰랐지만, 이제는 아주 잘 알지.”

“어떻게 해야 할까? 수배를 내릴까?”

윌리엄스는 손사래를 쳤다.

“이건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닐 수가 없는 사건이야. 만약 줄리어스란 자가 독일이나 일본의 스파이라면 당장 체포해야 할 일이지만, 불행히도 뚜렷한 증거가 없잖아. 거, 린든인가 하는 좀도둑의 말만 믿고 수배를 내린다? 말도 안 돼.”

“그러면?”

서장은 혀를 찼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폭탄을 가지고 용의자를 덥석 잡아들인다? 불가능해. 만약 기자들의 귀에라도 들어가 봐. 난리도 그런 생난리가 없을걸. 선거에 나가고 싶어 안달하는 변호사들이 당장 줄리어스의 변호를 하겠다고 1 마일은 줄을 설 것이 불을 보듯 뻔해.”

말을 마친 윌리엄스는 로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의자를 뒤로 젖혔다.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봐, 이건 우리가 처리해야 할 일 같은데. 자네가 도와줘야겠어.”

윌리엄스가 속삭이듯 말했다. 로이드는 친구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난 그 녀석이 독일이나 일본의 스파이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해. 그것도 며칠 전에 입국한. 아마 독일인일거야. 일본도 관여가 되었을 거고. 그를 만났던 경관들 말로는 말투도 처음 들어본데다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도 못 했대.”

“우리는 비밀리에 수사를 할 거야. 우리 스타일 알지? 그럼 난 나가서 경관들을 만나 볼게. 얼굴이라도 그려 달래야지.”

의자에서 일어서려 하는 윌리엄스를 서장이 붙잡았다.

“이봐, 조지.”

로이드 서장의 걱정스런 얼굴에, 그는 큰 소리로 웃어댔다.

“하하하, 걱정 붙들어 매셔.”



26.


해가 진 하늘에는 별빛만 반짝였다. 주위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간간이 풀벌레 소리만 들려 왔다. 그때 온 몸에 더러운 먼지, 돌조각들 그리고 쓰레기들을 묻힌 클린스 중위가 땀에 젖은 얼굴로 도서관 현관에 나타났다.

“대령님, 지하로 통하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그 전에 팠던 곳과 같은 구조더군요.”

“그렇던가?”

스티븐스 대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존이 그 뒤를 따랐고, 존의 소대는 그대로 도서관 앞 풀밭에 남았다.


반대편 지하실의 구조는 처음 검은 상자를 발견했던 그 장소와 같았다. 단지 면적이 조금 작았다. 그리고 여기에도 검은 상자가 하나 있었다. 스티븐스 대령이 존을 돌아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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