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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을 찾아서(Finding Nik)-21

by 윤금현

37.


줄리어스는 눈을 깜박깜박했다. 뒷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억지로 눈을 뜬 줄리어스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의자에 앉혀져 있었고, 몸이 의자에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다. 정면 탁자 너머에 잭슨 경사가 앉아 있다. 머리칼이 희끗희끗했다. 그 옆에 젊은 경관이 한 명 서 있었다.

“줄리어스 애슬로우, 정신이 드나?”

줄리어스는 고개를 홰홰 저었다.

“지금 너는 제임스 린든 살인죄로 잡혀 왔다. 알고 있겠지?”

“끙! 거, 물 한 잔 주시오.”

줄리어스는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두 발을 동동 굴러 보았다. 묶여 있는 어깨도 꿈틀꿈틀 해 보았다. 경관이 물 컵을 가져오더니 탁자에 놓았다. 그러나 그는 먹을 수가 없었다. 물을 가져온 경관이 컵을 들더니 줄리어스의 얼굴에 홱 뿌렸다.

“어이쿠!”

줄리어스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왜 린든을 죽였나?”

“음, 뭐라고? 린든? 난 린든이 누군지 모르는데.......”

“네가 아주 죽으려고 용을 쓰는구나.”

말이 끝나자마자 물을 뿌렸던 경관이 발로 줄리어스를 걷어찼다.

'쿠당탕'

의자와 함께 줄리어스는 바닥에 넘어졌다. 그는 묶인 채 버둥거렸다.

“이거나 풀고 얘기 합시다. 그래, 린든인지 나발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누군가 목을 졸라버렸지. 하! 하! 하!”

쓰러진 채 줄리어스는 웃어댔다.

“풀어 줘.”

잭슨이 말했다. 발로 찬 경관이 의자를 세웠다. 뒤에 있던 다른 경관이 줄을 풀어 주었다. 줄리어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문이 보였다. 다시 고개를 돌리며 줄리어스는 말을 시작했다.

“뭘 알고 싶은지는 모르겠으나, 그래, 내가 죽여 버렸지.”

잭슨이 그를 노려보았다.

“왜 죽인 거야? 말을 해 봐.”

줄리어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낸시가 얘기 안 하던가? 다 했을 텐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장님.”

잭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줄리어스의 뒤에서 젊은 남자가 걸어 왔다. 그는 탁자에 걸터앉았다.

“낸시 브라운 경관하고 관계가 있는 일인가? 줄리어스 애슬로우!”

줄리어스는 고개를 쳐들고 서장을 보았다.

‘W. 로이드’

“그래, 내가 낸시를 구했지. 그놈이 그녀를 덮치고 있었거든. 손에 칼도 들고 말이야.”

서장은 잭슨과 눈빛을 교환했다.

“독방에 넣어.”

“예, 서장님.”



38.


줄리어스는 독방 침상에 누워 있었다. 경찰서 안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벽을 바라보고 줄리어스는 돌아누웠다.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는 체 했다.

“줄리어스.”

“.......”

“줄리어스.”

여자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줄리어스는 고개만 돌렸다. 창살 너머로 낸시의 얼굴이 보였다.

“괜찮아요?”

줄리어스는 일어나 침상에 앉았다.

“당신이 나를 잡히게 했군.”

낸시는 고개를 흔들었다. 양 손도 흔들었다.

“아니에요. 난 아니에요.”

“그럼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낸시는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그게....... 실은....... 로이드 서장님이 부드럽게 달래주기에 그만.......”

줄리어스는 두 손을 들었다.

“완전히 어이가 없네. 이봐, 아가씨, 자기를 구해준 은인을 이렇게 쳐 넣어야 되겠어?”

줄리어스는 투덜댔다. 낸시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줄리어스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줄리어스, 줄리어스.”

줄리어스는 고개를 들었다. 낸시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좋아. 내가 이해하지, 까짓 거.”

“.......”

“낸시, 그를 찾았어?”

낸시의 얼굴에 실망감이 퍼졌다. ‘하’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그런 일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런 사람인가요?”

“뭐, 어떤 일? 아, 그거.......”

줄리어스는 양손에 깍지를 껴서 뒷목에 둘렀다. 그리고 빙그레 웃었다.

“이봐, 내 시대에는 사람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낸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녀는 속삭였다.

“키스....... 키스 말이에요.”

낸시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아, 그거? 난 또 린든 얘기인 줄 알았네.”

줄리어스는 침상에서 일어나 창살로 다가갔다.


“좋았어?”

‘메롱’

낸시는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 이것을 본 줄리어스는 혀를 내밀어 자신의 윗입술을 쭉 핥았다. 계속해서 아랫입술도 핥았다.

“이 짐승 같으니.......”

낸시는 주먹을 쥐어 줄리어스의 눈앞에 흔들었다.

“안 알려 줄까 보다.”

낸시는 옆으로 돌아서며 팔짱을 꼈다. 줄리어스는 두 손으로 창살을 붙잡았다.

“오, 제발....... 낸시.......”

줄리어스는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낸시는 웃었다.

“호텔 뉴요커.”

“고마워. 낸시.”

줄리어스는 낸시에게 미소를 지었다. 낸시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곧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줄리어스, 당신 스파이에요? 독일이나 일본에서 온.......”

“뭐라고? 스파이? 헤이, 이봐, 나는 군인이라니까.”

낸시는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이제 잠을 좀 자요. 내일 뉴욕 시경으로 이송될 거니까.”

줄리어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내일이라 이거지?”

줄리어스는 침상으로 가서 누우려다 다시 앉았다.


“낸시, 그런데 그 린든인가 하는 자는 뭐하는 자야?”

낸시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제임스 린든은 여기 뉴욕 마피아 두목의 조카에요.”

“그래? 마피아라....... 그거 안 좋은 건가?”

낸시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 뉴욕에서 적어도 삼백 명은 당신을 죽이려고 준비하고 있을 거예요.”

줄리어스는 씩하고 웃었다.

“그깟 삼 백.......”

낸시는 그런 그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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