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줄리어스 애슬로우, 일어나! 아침이다.”
침상에 누워 있던 줄리어스는 뻣뻣해진 목을 돌렸다. 온 몸에 힘을 주어서 쭉 폈다. 독방 밖에서 젊은 경관 한 명이 그를 보고 있었다. 손에 든 열쇠를 뱅뱅 돌리면서. 줄리어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시다.”
경찰서 밖으로 나온 줄리어스의 앞에 검은색 자동차가 서 있었다. 그는 슬쩍 뒤에 쓰여 있는 글자를 보았다.
‘폰티악’
주위에는 긴 총을 든 경관들이 서 있었다. 줄리어스는 폰티악 뒷자리에 태워졌다. 그의 양 옆으로 두 명의 경관이 더 탔다. 어깨가 서로 닿았다. 앞자리에도 두 명이 탔다.
“이거 너무 좁은 거 아니요?”
줄리어스는 몸을 움찔거리면서 투덜댔다.
자동차는 출발을 하더니, 큰 도로에서 우회전을 한 다음, 계속 직진했다.
“저거 뭐지?”
앞자리 경관이 손으로 도로 앞을 가리켰다. 머리에 헬멧을 쓰고 흙이 여기저기 묻어 있는 옷을 걸친 사람들 몇몇이 나오더니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기 시작했다. 폰티악이 멈췄다. 인부들 중 한 명이 다가왔다.
“거, 미안하게 됐수다. 쪼매만 돌아가슈.”
폰티악은 좌회전을 했다.
“어디로 갈까요?”
운전을 하던 경관이 말을 했다. 그러자 옆 사람이 말했다.
“저 앞에서 우회전을 해. 그 다음 다시 우회전.”
자동차는 우회전을 했다. 갑자기 자동차가 ‘끽’ 하고 섰다.
줄리어스가 창밖을 보니, 손에 총을 든 사람들이 적어도 열 명은 서 있었다. 그 중 두 명이 다가왔다.
“헤, 경관 나리들, 미안하지만, 그 놈을 넘겨주셔야겠소.”
“어이, 그러면 안 되지. 총을 빼다간 죽는 수가 있소이다.”
줄리어스를 포함하여 다섯 명이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차에서 내렸다.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젊은 남자가 다가오더니 장총의 개머리판으로 줄리어스를 쳤다. 줄리어스는 그대로 쓰러졌다.
40.
두 번째로 발견한 검은 상자를 스티븐스 대령은 손으로 더듬었다.
“스튜어트 중위, 자네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령의 질문에 스튜어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말이야, 이 작전에 만전을 기하고 싶다네. 절대적으로 실패란 있을 수 없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것 때문에 지금까지 살고 있다네. 자네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몰라. 어렸을 때 몸이 너무 안 좋았던 나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려 놓았지. 바로 이 검은 상자 때문에. 이 타임머신은 나에게는 나 자신보다도 더 소중하다네. 그러므로 나는 이 작전의 마무리를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지.”
대령은 조용히 말을 맺었다.
“대령님, 저는 군인입니다. 부여받은 임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완수하는 것이 저의 의무입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나와 자네만이 아는 작전을 실행한다. 자 저기로 가서 앉지.”
지하실 한쪽 구석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대령과 중위는 거기로 가서 앉았다.
“타임머신은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경우 그리고 뭔가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할 때에는 그 즉시 처음의 출발 장소로 돌아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것은 머신의 존재 자체를 숨기기 위한 의도야. 지금 줄리어스의 머신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성공적으로 그 장소에 도착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작전의 확실한 성공을 위하여 자네가 두 번째 머신에 탑승하여 과거로 가면 된다. 거기에서 줄리어스를 도와라. 성공하면, 그를 여기로 보내면 된다. 머신은 일인용이지만, 두 대니까 각각 탑승하면 되겠지?”
스튜어트 중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대령님, 그러면 줄리어스는 못 오게 되는 겁니까?”
“존, 머신의 존재는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네. 이 작전에 관련된 모든 증거는 어떤 시간 그리고 어떤 공간에도 남겨져서는 안 돼. 자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나?”
찌르듯이 쳐다보는 대령의 눈길을 정면으로 받은 존 스튜어트 중위는 그 자리에 부동자세로 서며, 대답을 하였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