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줄리어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가, 머리뼈가 아팠다. 두 손이 머리 위로 들려져 묶여 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기둥 들보가 보였다. 네모난 방 안. 여기저기에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창고였다. 눈에 힘을 주고 보니, 정면 의자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 좌우에도 여러 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정신이 들었군.”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말했다. 줄리어스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입 안이 씁쓸했다.
“하나, 둘, 셋, 넷.......”
사람 수를 세다가 줄리어스는 멈칫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의 손에 금 조각이 보였다.
“너, 이제 금 이야기를 해볼까?”
줄리어스는 다시 침을 뱉었다. 정면에다 뱉었다. 앉아 있던 사람의 바지에 침이 튀었다. 남자는 일어나더니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주먹으로 줄리어스의 배를 쳤다.
'퍽'
"컥!"
줄리어스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묶여 있어서 넘어지지는 않았다.
“이거, 이거, 쉽게 불 것 같지 않은데.”
'쉬익'
뒤에서 몽둥이가 날아왔다.
'퍽'
"으으음......"
허리를 맞은 줄리어스는 신음 소리를 냈다.
“뭐가 알고 싶은 거지?”
쥐어짜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다시 의자에 앉은 남자는 줄리어스의 목걸이를 들고 있었다.
“이봐, 이렇게 금 덩어리가 다섯 개 있다. 이런 건 아무나 갖고 다니는 게 아니지, 그렇지? 이걸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말만 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가 가지러 갈 테니까. 우리 눈에 띄면, 이건 우리 거야. 너, 바보냐?”
“그게 전부다. 더 이상은 없어.”
줄리어스는 끙끙댔다.
“네가 아직 매가 부족하구나. 더 맞으면 불겠지. 그러면 너도 손해고 우리도 피곤해진단 말이다!”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줄리어스의 배를 걷어찼다. 줄리어스는 ‘윽’ 하며, 뒤로 휘청거렸다.
“로저!”
줄리어스는 고개를 들었다. 오른쪽에서 덩치가 큰 남자가 다가왔다. 덩치는 줄리어스의 머리칼을 잡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
“너, 확 어깨를 뜯어 버릴까 보다.”
줄리어스는 실눈을 뜨고 보았다.
‘퍽’
덩치는 줄리어스를 갈겼다. 얼굴이 한쪽으로 제껴졌다가 돌아왔다.
‘퍽, 퍽, 퍽’
줄리어스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입술에서도 피가 흘렀다. 다시 침을 뱉었다. 시뻘건 피가 섞여 나왔다.
"쿨럭! 쿨럭!"
“너, 경찰서에서 나한테 맞은 놈 아니냐?”
줄리어스는 나직이 말했다. 로저의 눈썹이 모아졌다. 뒤를 돌아보았다.
“이놈....... 죽여 버려도 되요?”
줄에 매달린 채 줄리어스는 흐느적댔다. 두 다리가 마구 떨렸다.
‘쾅’
‘쿠당탕’
창고 한쪽에 있던 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낮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꼼짝 마! 모두 손들어!”
줄리어스는 제복을 보았다. 경관들이 총을 들고 창고로 들어왔다. 그를 둘러싸고 있던 남자들이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덩치가 큰 흑인 경관이 줄리어스를 잡더니, 손을 풀어 주었다. 암스트롱의 품으로 줄리어스는 푹 쓰러졌다.
42.
도서관 지하 또 다른 주차장에 스티븐스 대령과 스튜어트 중위가 함께 서 있다. 스티븐스는 존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다. 애슬로우를 따라갈 준비가 되었나? 그보다 이틀 늦었으므로, 자네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삼 일인 셈이야. 내 생각으로 시간은 충분하리라고 본다. 그럼 작전 순서를 다시 한 번 점검하기로 하지.”
“예, 대령님.”
스튜어트 중위는 힘차게 대답을 하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먼저 애슬로우의 머신이 내는 신호를 따라 갑니다. 신호를 잡으면 제 머신이 멈춥니다. 그러면 거기에 줄리어스의 머신이 있겠지요. 두 대의 머신이 자동으로 동기화됩니다. 이제 머신들은 서로의 위치 및 탑승자의 위치도 함께 추적합니다. 제가 그의 위치를 파악하면, 그를 추적합니다.”
스티븐스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리고 왼손 검지를 세우더니 빙글빙글 돌렸다.
“줄리어스가 닉을 데리고 머신으로 돌아오도록 도와줍니다. 만약 줄리어스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임무를 인계받도록 합니다. 그리고 닉을 여기로 보냅니다.”
“정확히 알고 있군. 아주 좋아. 아, 그리고 두 대의 머신은 지하로 오지 않고, 여기 로비로 돌아온다네.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되지.”
클린스 중위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스튜어트 중위, 자네는 왜 우리가 이렇게 이 작전에 목을 매는지 짐작이 가나?”
대령의 질문에 스튜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발전소가 갖고 싶다네. 그리고 그라면 충분히 가능해.”
“알겠습니다.”
대령은 존에게 동그란 공 두 개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존은 공 두 개를 대령의 눈앞에 들어보였다.
“그건 섬광탄이라는 거야. 거기 스위치를 누르고 던지면, 폭발과 함께 엄청나게 밝은 빛이 주위로 퍼지지. 다들 한 순간 눈을 못 뜨게 돼. 위기의 순간에 쓰길 바라네. 자, 이제 갈 준비를 해야지.”
존 스튜어트 중위는 대령에게 경례를 했다. 대령도 경례를 했다. 존은 돌아서더니 검은 상자 앞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