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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현 Nov 25. 2024

닉을 찾아서(Finding Nik)-44

83.


대령 이하 전 군인들이 무너진 건물 더미 뒤에 숨었다. 한 블록 떨어진 앞쪽에 여러 채의 작은 집들이 모여 있었다. 스티븐스가 페터슨에게 조용히 말했다.

“부싯돌과 기름통을 준비하라.”

“대령님, 어쩌시려고요?”

스티븐스는 차가운 눈길로 상사를 쏘아보았다. 그러더니 화살 하나를 기름통에 담갔다. 그 다음 부싯돌로 붙을 붙였다. 화살 끝에서 불꽃이 확 피어올랐다. 대령은 불화살을 시위에 잰 다음, 허공으로 쏘았다.

“전부 쏘아라.”

대령의 말이 끝나자 전 부대원들이 불화살을 쏘았다.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불덩어리들이 나무와 나무껍질 그리고 풀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지붕에 달려들었다. 불이 활활 타올랐다. 여자들과 아이들이 초가집에서 달려 나왔다. 남자들은 통을 들고 막사 옆에 있는 연못으로 뛰어 갔다.


대령은 칼을 뽑아들었다. 병사들도 전부 칼을 뽑았다. 앞으로 나갔다. 도망치던 여자들과 아이들은 칼을 들고 서 있는 낯선 군인들을 보더니, 연못 쪽으로 도망갔다. 남자들이 통을 버리고 군인들을 보더니 아이들을 한 명씩 한 명씩 안아 올리기 시작했다.


스티븐스는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았다.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군데군데 까맣게 불에 타버린 덩어리들이 보였다.

“이제 이 지역은 우리 것이다.”

대령의 선언에 부대원들은 환호를 질렀다.

“돌아간다.”



84.


줄리어스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 길을 보았다. 길에 아무도 없었다.

“흠, 그래, 데려 갔다 이거지.”

아무도 길을 건너오지 않았다. 줄리어스는 쌍안경을 꺼냈다. 경찰들이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두 그룹은 각각 왼쪽과 오른쪽으로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래, 너희들이 토끼몰이를 하겠다 이거지?”

줄리어스는 어둠 속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도로 한 가운데를 건넜다. 조용했다. 도서관 앞에 늘어서 있던 경찰차 뒤에 붙었다. 경찰차 밑으로 들어갔다. 차량 밑에서 앞쪽을 보았으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줄리어스는 다시 뒤로 기어 나왔다. 경찰차와 경찰차 틈으로 들어갔다. 활에 화살을 재었다. 벌떡 일어난 줄리어스는 도서관 정문의 가로등을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탕’ 하는 총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탕’ ‘탕’ 하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갑자기 밖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테슬라, 잽스 그리고 로저스는 벌떡 일어나 문 옆에 있는 창문으로 달려갔다. 활에 화살을 재우면서 뛰어오고 있는 줄리어스가 보였다.


줄리어스는 오른쪽을 본 다음 왼쪽을 보았다. 도서관 앞 공터 풀숲에 두 명의 경관이 총을 빼들고 서 있었다.

“다들 돌아가. 모두 돌아가란 말이야.”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희미하게 바람에 날아왔다.

두 명의 경관이 다시 총을 겨누려고 하자, 줄리어스는 이들의 정면을 피해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달렸다. 그리고 왼쪽으로 화살을 쏘았다. 한 명이 쓰러졌다. 눈앞에 차량이 보였다. 얼른 그 옆으로 숨었다. 줄리어스는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총알이 날아왔다. 옆에서 흙먼지가 튀었다. 줄리어스는 다시 화살을 날렸다. 한 명이 또 쓰러졌다. 줄리어스는 고개를 돌렸다. 도서관 정문이 보였다. 줄리어스는 활과 화살 통을 던졌다. 그리고 뛰쳐나갔다.

‘탕!’

줄리어스는 오른쪽으로 휘청했다. 왼쪽 어깨가 앞으로 처졌다. 그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줄리어스는 또 다른 경관을 보았다. 땅바닥이 눈앞으로 확 달려왔다. 그는 흙바닥에 ‘퍽’ 하고 쓰러졌다. 고개를 들어 도서관을 보았다. 도서관 정문이 열렸다. 토머스가 문을 열고 현관 쪽으로 뛰어 나왔다. 복면을 한 남자가 뒤를 따라 나왔다. 줄리어스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경찰과 연방 수사국 요원들이 도로를 건너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줄리어스는 다시 앞을 보았다. 복면의 남자가 장총을 치켜들더니 경찰들을 향해서 쏘았다. 

"탕! 탕! 탕!"

공터의 경관들이 쓰러졌다. 길을 건너던 경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남자는 왼손으로 외투를 펼쳤다. 그러더니 뭔가를 꺼내서 경찰들 쪽으로 던졌다.

‘펑!’

엄청나게 밝은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누군가 줄리어스를 덥석 안았다. 줄리어스의 얼굴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줄리어스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아, 미스터 잽스.......”

토머스는 줄리어스의 오른쪽 어깨를 부축하여 도서관으로 줄리어스를 끌었다. 다시 ‘펑’ 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퍼졌다. 그리고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줄리어스는 끌려가다가 발이 걸려 넘어졌다. 눈이 안 떠졌다. 손으로 더듬었다.

“계단.......”

줄리어스는 억지로 눈을 떴다. 계단이 보였다. 고개를 들었다. 계단을 기었다. 문이 열렸다. 사람들의 손이 쑤욱 나와서 그를 붙잡았다. 줄리어스는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스탠이 잽싸게 문을 닫으려는 순간, 벌컥 문을 밀면서 복면의 남자가 들어 왔다. 그는 문 옆에 세워져 있던 기다란 나무 빗자루 두 개를 들더니 도서관 문 손잡이에 질러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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