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이 막 내리는 이유
"내가 일본 가서 쇼부치고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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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4. 2020
국민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린다.
매주 일요일 저녁 온 가족을 TV 앞에 불러 모아 배꼽 잡게 했던 '개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개콘이 왜 방송을 중단하냐고 중3 아들에게 물었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답이 돌아왔다.
"정치 풍자가 없어서 그런가 봐요"
생각해보니 아주 일리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앞두고 있을 때 개콘은 당시 상황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2017년 1월 22일 개콘의 '대통형' 코너에서
국무총리 역할을 맡은 개그맨 유민상은 대통령 역의 서태훈에게 태블릿 PC를 선물하며 이렇게 말한다.
“혹시 유출될 때를 대비해서 100% 충전하면 자동 폭파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최순실 태블릿 PC 사건을 빗댄 풍자였다.
또 당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풍자도 나온다.
대통령 역을 맡은 서태훈이 소녀상 철거에 대해 묻자
외교장관 역의 홍현호는 “국제관계 측면에서 소녀상 설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입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서태훈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서 합의에 동의했냐”라고 물었다.
이에 홍현호는 “그 돈으로 할머니들을 위한 재단을 만들려고 한다”며 즉답을 피한다.
서태훈이 거듭 할머니들이 합의에 동의했냐고 묻자 홍현호는 그때서야 “아뇨”라고 대답한다.
분노한 대통령은 “대체 어느 나라 장관입니까? 우리도 일본에 십억 엔 주고 야스쿠니 신사 철거하라고 하세요"라고 일갈한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온다.
국무총리 유민상은 “내가 일본에 가서 일단 스시나 먹고 사케 한 잔 먹고 쇼부치고 오겠다.”라고 너스레를 떤다.
관객들은 박장대소한다.
"쇼부친다" 쇼부(しょうぶ)는 승부(勝負)의 일본어다.
勝負(승부)라고 쓰고 쇼부(しょうぶ)라고 읽는다.
쇼부치고 오겠다는 승부를 걸고 오겠다, 아니 담판 짓고 오겠다가 더 뉘앙스에 맞는 표현이겠다.
쇼부 외에 쇼당이란 말도 있다.
쇼당은 화투에서 쓰는 말이다.
고스톱을 칠 때 한 사람이 가진 마지막 화투짝 2장이 각각 다른 두 사람에게 점수를 나게 하는 화투짝일 때, 화투짝을 공개하고 어떻게 할지를 묻는 일이다. 상담(相談)이란 뜻이다.
한자로 相談이라 쓰고 소당(そうだん)이라 읽는데 쇼당으로 와전됐다.
참고로 고스톱에서 고도리는 새 5마리란 뜻이다.
화투에 그려진 새 5마리, 화투 3장을 확보하면 5점을 확보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