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이름은 NAZABABA. 뭔가 있어 보이지만 한글로 하면 나자바바." 나잡아봐~라"에서 따온 이름이다.
필자보다 먼저 자전거에 입문한 친구들 사이에 고급자전거 구매 열풍이 불었다.
그런가 하면 안장 통 (안장에 오래 앉아서 생기는 통증)을 없애기 위한 자세, 페달링 (페달 밟기)의 방법, 케이던스는 몇을 유지해야 하는지 등 자전거 타기의 이론과 실제를 연구할 정도로 마니아들도 있었다.
그런 친구들을 ‘자덕’이라 불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전거 덕후’의 줄임말이었다.
‘덕후’란 무엇인가?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일본어인 오타쿠(御宅)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르는 말인 '오덕후'의 줄임말로 뜻은 오타쿠와 동일하다.
참으로 대단하다. 오타쿠라는 일본말을 오덕후, 덕후라는 한국식 어휘로 바꿔 부르다니. 창의력을 높이 평가할만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전거 덕후는 자덕이라고 하듯 또 파생한다. 심지어 ‘덕질’한다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언어는 이용자들의 필요에 따라 탄생하고 성장하고 변화하며 소멸되어간다는 말이 실감 난다.
그러면 오타쿠의 뜻과 어원을 살펴보자
오타쿠 [オタク(おたく、お宅)]는 원래 한자말 그대로 ‘댁’이란 뜻이다.
안성댁, 파주댁의 댁, “댁이 뭔데 상관이야” 할 때의 댁.
이야기하는 상대방, '당신'을 다른 말로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오타쿠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은 나카모리 아키오(中森明夫)라는 칼럼니스트이자 평론가 겸 소설가다.
오타쿠의 어원은 작가 나카모리 아키오가 1983년 잡지 칼럼에 쓴 오타쿠 연구로 전해진다.
나카모리 아키오가 만화 전시회에 갔을 때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 “댁(오타쿠)이 그린 만화 굉장하네” “댁(오타쿠) 이름은?”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걸 본 후 칼럼에서 “요즘 눈에 띄는 세기말적 어두운 성격의 마니아 소년들을 ‘오타쿠’라고 이름 짓겠다”라고 선언한 것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쓰이는 '오타쿠'의 유래다.
오타쿠는 이후 1980년대 애니메이션, 코스프레, 아이돌, 프라모, 영화 등을 열광적으로 추구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좋아하는 취미 분야에 푹 빠져 골몰한 나머지 전문가 뺨 칠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원래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전문가에 준한다는 긍정적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도쿄 아키하바라에 가면 이런 오타쿠와 어렵잖게 마주칠 수 있다.
아키하바라는 우리 용산전자상가 (지금은 많이 빛바랬지만)와 같은 곳으로 PC 조립이나 각종 전자기기, 혹은 만화나 특정 분야에 광적으로 관심이 많고 지식과 기술 같은 재주를 가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한때 (필자가 도쿄 특파원이었던 2006년 무렵) 그곳에는 메이드 카페도 유행했다.
메이드 카페란 하녀 복장을 한 여성 종업원이 손님을 주인 모시듯 서비스하는 카페를 말한다. 주로 오타쿠들을 상대로 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였다.
오타쿠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외골수적 기질을 가진, 한 가지만 파고드는 이들을 가리키는 다소 긍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가끔 ‘히키코모리’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이들도 있는데, 전혀 다른 개념이다.
히키코모리 (引き籠もり, ひきこもり) 는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이들을 가리킨다. 일본 특유의 사회현상이어서 hikikomori라는 영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학교나 직장에 나가지 않고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이들, 가족 외에는 거의 타인과 교류하지 않는 이들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6개월 이상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을 히키코모리라고 정의한다.
기준이 6개월 이상이지, 실제로는 수년에서 심지어 수십 년 동안 자기 방이나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본 내각부 실태조사 결과 히키코모리는 15세~39세의 젊은이 가운데 54만 명에 달했다.
40세~64세의 중장년층에는 61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는 젊은이들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그 젊은이들이 나이가 들어도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 사회에서 이 히키코모리 문제는 정신병적 현상이자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히키코모리를 강제로 복지시설에 끌고 가 입원시킨 뒤 부모에게 비용을 청구해 돈을 받아 챙기는 업자들까지 생겨났다. 이들을 히키다시 업자 (引き出し業者 끌어내기 업자)고 부른다. 돈벌이에 급급한 이들의 행위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사회도 점차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비대면, 불통이 심화됨에 따라 히키코모리가 늘어나고 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히키코모리는 한국어로 은둔형 외톨이로 번역돼 사용되고 있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이 국내 은둔형 외톨이가 약 32만 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2017년)
최근에는 한국 은둔형 외톨이부모협회까지 설립됐을 정도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인지라, 바깥세상과의 직접 소통을 기피하는 대인기피증. 무기력증의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가 한국 사회에서도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나라에도 이들을 끌어내 정신병원이나 복지시설에 강제로 입원 또는 입소시키는 이른바 끌어내기 업자, ‘히키다시 업자’가 생길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