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12년 금귀월래 마침표

by 윤경민

'정치 9단' 박지원, 12년 금귀월래 마침표…"목포여 영원하라"

2020.5.25 연합뉴스

국정원장 후보자인 박지원 전 의원이 12년간 624회의 금귀월래를 했다고 한다. 그 거리만 43만여 km, 지구 11바퀴에 이른단다. 금귀월래, 박지원 전 의원이 즐겨 쓰던 용어인데 필자는 사실 이 표현을 들은 게 최근이었다.

금요일에 지역구로 귀향해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국회가 있는 여의도로 돌아온다는 뜻을 사자성어처럼 만들어 표현한 것이다.



비단 국회의원 뿐이랴.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서울 등 수도권에 직장을 얻은 사람들은 금요일에 고향에 갔다가 월요일 새벽 서울로 돌아오는 금귀월래를 할 게다. 특히 수년 전부터 지방균형발전정책에 따라 많은 공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한지라 금귀월래하는 직장인들이 더 늘었다.


그런데 이 ‘금귀월래’라는 말, 누가 만들었을까? 신조어라는 게 누가 처음에 만들었는지 확실히 밝혀지는 경우는 드물다. 기사를 검색해보면 2000년대 이후에 나타난 걸로 추정된다. 특히 2004년 KTX 개통 이후 전국 반나절 생활권이 실현되면서 금귀월래가 가능해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60년대만 해도 서울 사대문 안에서 지금의 강남을 가려면 1박 2일 걸렸다는 믿기 어려운 역사도 있다. 한강 다리가 많지 않아서 나룻배를 타고 건너야 했는데, 나룻배가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해가 지면 운행을 하지 않았던 탓이란다. 또 영동대교의 영동이란 지명이 영등포의 동쪽이란 뜻이란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의 전국 반나절 생활권은 비약적 성장으로 가능해진 일이란 얘기다. 금귀월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따라서 그 용어 자체가 있었을 리 만무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80년대까지는 (필자의 개인적 추정일뿐 확인할 방도는 찾지 못했지만)

혹시 '금귀월래'가 일본에서 온 건 아닐까? 일본의 국어사전에는 이 단어가 등장한다.

きんき げつらい [0] 【金帰月来】

金曜日帰り月曜日に来ること。単身赴任者や地方選出代議士などにいう。

금요일에 돌아가 월요일에 오는 일, 단신부임자나 지역구 의원 등이 해당됨.

그런데 '금귀화래'라는 말도 있다.

金帰火来国会議員が、金曜の夜に地元の選挙区に帰り、週末に政治活動をして火曜に東京に来ること。

‘국회의원이 금요일 밤 지역구에 돌아가서 주말에 정치활동을 하고 화요일에 도쿄에 오는 일’이라고 쓰여 있다.


일본의 국토면적은 한국의 4배 가까이 되니까 금귀월래보다는 금귀화래가 먼저 생겼을 법하다. 일본에서 금귀월래나 금귀화래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확인하는 데는 실패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같은 한자를 쓰는 언어이기 때문에 영향을 주고 받기 마련이다. 북한을 탈출한 주민을 탈북자라고 한국에서 만들어 낸 말이 일본에서도 그대로 脱北者(ダッポクシャ)라고 하는 것도 같은 한자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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