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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유발한 분노조절장애

by 윤경민

코로나가 유발한 분노조절장애

30대 여성이 승용차를 몰고 편의점에 돌진했다.

돌진한 데 그치지 않고 편의점 내부를 휘젓고 다녔다.

20분간 펼쳐진 광기 어린 난동에 매장 내부는 아수라장이 됐다.

편의점 주인과 말다툼한 뒤 홧김에 그랬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수천 만원의 재산 피해를 낸 그녀는 그에 몇 곱절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이다.

감방 신세를 져야 할 수도 있다.

그녀는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난동을 피웠을까?

순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그런 걸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대규모 감염병 '코로나 19'가 지구촌을 습격한 지 9개월이 되어간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회 전체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공포에 떨게 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게 되었다. 회사 동료들 간의 회식, 동창회, 동호회 모임은 모두 올 스톱되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등교하더라도 온종일 마스크다. 급식도 칸막이에 띄어앉기다.

집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고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야 한다.

운동장에 나가 공을 차는 일, 고무줄놀이는 오래된 기억 속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마음 놓고 밖에 나가 뛰어놀 수도 없다.


아이들을 집에 두고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는 불안하다. 8살 10살 아이들끼리 밥을 해먹다 불이 나 전신 화상을 입었다는 뉴스는 많은 부모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전업주부는 삼시세끼 차려주느라 지친다. 부부가 같이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역설적으로 부부싸움이 는다.

잔소리가 는다. 그 탓인지 최근 이혼율이 높아졌다는 얘기도 있다.


함께 밥 먹는 것조차 불안해 혼밥족, 혼술족이 늘어간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심지어 가족도 못 믿는다.

완치자 아버지가 거실에서 마주친 아들이 자신을 보고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어 서운했다고 하는 얘기는 듣는 이들을 오싹하게 한다.

완치되어도 주홍글씨가 새겨진다. 불신의 시대다.


망가진 경제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극장은 텅 비었고 예술인들은 관객과 만난 지 오래다.

한 피시방 사장은 거리두기 조치로 문 닫은 한 달 임대료만 천만 원인데 정부가 2백만 원 지원해준다는 얘기에 기가 막힌다고 한다.


줄줄이 실직에 폐업에 여기저기서 악소리가 흘러나온다. 청년에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술집 영업시간을 제한하니 한강공원이 북적댄다. 한강공원 편의점과 주차장 영업시간을 제한하니 모텔방에 삼삼오오 모여 술마시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을 묶어놓으니 생기는 현상인가 보다.


공포와 우울을 넘어 분노가 물결친다.

누가 살짝 건드리기라도 하면 금세 폭발할 활화산처럼 변해가고 있다.


분노조절장애가 이 사회를 습격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분노를 제 맘대로 표출하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다.

하루에 참을 인자를 세 번씩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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