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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Apr 03. 2021

얼죽아

얼죽아

 

점심 먹고 커피전문점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 하는 것이 이제 일상생활이 되었다. 커피라 하면 커피와 설탕 크림이 한 봉지에 담긴 커피믹스를 종이컵에 털어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는 그 봉지로 휘휘 저어 먹는 달달한 커피가 최고였다. 또는 백 원짜리 동전 하나 넣으면 윙 소리가 나고는 컵이 하나 뚝 떨어지고는 그 달달한 황갈색 커피 줄기가 쏟아지는 자판기 커피 맛도 잊을 수 없다. 요즘 그런 커피 자판기는 찾아보려야 찾을 수가 없어졌다. 거리에 공중전화박스가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필자도 커피믹스와 결별한 지 꽤 된다. 입이 점점 고급이 되는 건지, 유명 커피 전문점 커피 아니면 좀처럼 입에 대지 않으려는 버릇이 생겼다. 커피 맛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유명 브랜드 커피는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같은 곳은 아메리카노 한 잔에 4~5천 원을 줘야 하니 적은 부담은 아니다. 어떨 때는 4,500원짜리 구내식당 식사를 하고 그보다 더 비싼 커피를 디저트로 마시는 일도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그런데 50대 중반으로 가는 필자가 이미 점심 후에 그 비싼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는 데 익숙해졌으니 대한민국 젊은 세대와 웬만한 직장인들한테는 아예 필수 음료가 되어버렸을 게다. 어떤 후배는 한겨울 매서운 강추위에도 “얼죽아”를 외쳤다.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게다. 필자 또한 ‘뜨아’니 “따아’니 ‘아아’니 줄임말로 커피를 주문할 정도로 커피 마니아가 되었다. 커피 전문점에 가서 커피를 사는 이에게 “난 따뜻한 콜드 브루”라고 아재 개그를 던지기도 한다. 심지어 매일 아침 회사 출근하자마자 커피콩을 직접 갈아 여과지에 올려놓고 드립 커피 전용 주전자로 물을 끓인 뒤 부어서 내리는 ‘드립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스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맞는 말일까? 예전엔 그냥 냉커피라고 했는데 요즘은 ‘냉커피’라고 말하면 왠지 촌스런 느낌이 드는 건 필자만일까? 영어엔 아이스커피가 없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없다. ice coffee가 아니라 iced coffee다. Ice americano가 아니고 iced americano다. 아이스티 역시 틀린 말이다. Ice tea가 아니라 iced tea다.


지겹겠지만 이 아이스커피 역시 일본에서 만든 말이다. 문법을 파괴하는 줄임말. 일본인 특유의 조어술이 만든 말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다. 그러니 아이스커피보다는 냉커피가 낫지 않을까? ‘냉아메리카노’는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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