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오뚜기카레~ 수십 년 전 TV에서 흘러나오던 방송광고 문구와 CM송이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요리를 거의 할 줄 모르는 필자는 인스턴트 라면 이외에 두 가지를 즐겼다. 카레와 짜파게티. 그야말로 끓는 물에 봉지째 넣었다가 3분 후에 꺼내 밥 위에 붓기만 하면 되는 아주 쉬운 게 카레다. 단맛과 매운맛이 어우러져 김치와 함께 먹으면 한 끼 식사로는 훌륭하다. 주지하다시피 카레는 원래 인도 요리다. 필자가 런던에 체류하던 시절, 한 인도인 집에 방을 세얻어 사는 지인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찡하게 만든 것. 카레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인은 익숙해진 듯,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집주인 인도인 가족 역시 아무렇지도 않았을 테다. 그때 생각난 것이 뉴카슬대 기숙사 생활 시절이었다. 6명이 함께 쓰는 기숙사였는데, 어느 날 공용 냉장고에 메모지 한 장이 붙어있었다. 고약한 냄새가 동양에서 왔다는 내용이었다. 동료 유학생으로부터 얻은 김치를 두고 한 말이었다. 그러니 외국인이 한국인 집을 방문할 때도 김치 냄새, 마늘 냄새가 코를 찌르겠구나 싶었다. 인도요리 카레는 우리가 먹는 카레와는 무척이나 다르다. 일단 향이 너무 강하다. 우리가 먹는 카레는 사실 일본식 카레다. 인도 요리 카레는 19세기 말 영국에 전해지며 인기를 끌었고 그것이 메이지 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것. 쌀이 주식인 일본에서는 밥 위에 커리를 얹어 먹는 카레라이스가 정착한 것이다.
커리(curry)가 어째서 카레(カレー)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커리가 일본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오면서 한국어로도 카레라고 하게 되었다. 일본어 카레와 한국어 카레는 같지 않다. 일본어 카레는 ‘카레에’에 가깝다. 레를 길게 발음한다. 일본 음식점에서 카레를 주문할 때 “카레 구다사이” 하면 못 알아듣기도 한다. “카레에 구다사이” 해야 알아듣는다. “규동 구사다이”해도 못 알아들을 수 있다. “규우동 구다사이” 해야 알아듣는 것처럼 일본말은 장음과 단음을 구별해줘야 한다. 어쨌든 1969년 오뚜기식품이라는 회사가 3분 카레를 출시하면서 한국에서도 카레라는 이름의 요리(?)가 대중화되었고 필자 같은 재주 없는 사람도 간단히 한 끼 식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카레는 카레 떡볶이, 카레 닭볶음탕, 카레빵 등으로 진화하며 영역을 넓혀왔다. (일본에서는 카레 돈가스, 카레우동 등) 짜장면과 스파게티의 조합어인 짜파게티가 탄생했듯 카파게티도 탄생할 법한데, 아직은 없다. 국민 일요 점심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 ‘카레’, 굳이 ‘커리’로 바꿔 부를 필요는 없겠지만 유래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지 않을까?
참고로 카레라이스는 일본식 영어다. 영어로는 curry and rice가 맞다. and를 생략한 것이다. 특유의 축약식 조어법이다.
오므라이스는 어떠한가. Omelette과 rice를 합쳐 만든 일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