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가 쿠팡에 투자해 잭팟을 터뜨렸다고 하죠. 투자의 귀재. 그의 탁월한 선택은 아마 한국과 일본 택배업체의 결정적이 이 차이를 보고 한 걸 겁니다.
직접 배송 vs 문 앞 배송.
일본 택배는 택배 기사가 지정된 수취인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돼 있는 반면 한국 택배는 수취인 부재 시 경비실에 맡기거나 집 앞에 두는 걸 선택하도록 돼 있지요. 그러니 일본에서는 택배기사의 배송 성공률이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요. (20%에 그친다는 통계를 어디선가 본 듯) 그러니까 배달하려 물건 받을 사람 주소로 찾아갔는데 그 사람이 없으면 물건을 들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겁니다. 나중에 다시 찾아가도 사람이 없으면 또 허탕 치는 거죠.
한국은 어떤가요? 요즘 우리 집으로 배달 오는 택배 기사들은 현관문 앞에 상품을 놓고 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벨도 안 누르고 휴대폰으로 문자 하나 보내죠. 현관문 앞에 놓인 물건 사진과 함께 말이죠. 코로나 때문에 그런 건지 아예 노크도 안 합니다.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반드시 고객에게 직접 전달해야 하니까 빈집에 갈 때마다 허탕 치면 짜증이 날 수밖에.
어느 일본인 친구가 물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도난 걱정은 안 하느냐고? 음... 그러게요. 저도 처음엔 택배 물건을 그냥 문 앞에 두고 가는 걸 보고 누가 가져가면 어쩌려고 그러나 생각했지요.
그런데 저의 경우 단 한 번도 배달된 물건을 도난당한 적은 없어요. 저만 그런 건가요? 아마 도난이 잦았다면 소비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고 택배회사도 현관문 앞에 두고 가는 일은 없어졌겠죠.
그렇다면 이 얘기는 한국은 서로 믿을 수 있는 신뢰가 쌓인 사회란 얘기고 일본은 믿지 못할 사회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손정의는 한국과 일본의 이렇게 다른 택배문화를 보고 쿠팡에 투자할 결심을 하지 않았을까요?
또 한 가지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빨리빨리' 문화겠죠. 한국 사람들 성격 급해서 뭘 주문했을 때 빨리 안 오면 참지 못하잖아요. 오죽하면 '총알배송'이 나왔겠습니까? 손정의는 바로 그 '총알배송'에 눈의 번쩍하지 않았을까요. 일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일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빨리빨리를 외쳐대고 그런 고객의 니즈에 맞추려 택배회사들마다 경쟁이 치열해지니 기사들의 잇단 과로사라는 부작용도 생기는 건 불행한 일입니다.
잭팟 터뜨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김범석 쿠팡 CEO는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반드시 택배기사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쓰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