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일대교에서 월북을 시도하던 탈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6년 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던 60대 여성이다. “탈북자를 너무 무시해서 참을 수 없었다”는 게 월북 시도 동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년 간 도로 북으로 넘어간 탈북자 수는 서른 명에 이른다. 북에 두고 온 가족이 그리워 월북을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남한 사회에서의 차별과 편견 그리고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월북을 선택한다.
2019년 8월에는 40대 여성 탈북자가 6살 난 아들과 함께 월세 9만 원짜리 13평 임대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요금을 못내 수돗물은 끊겨 있었다. 발견된 통장 잔액은 0원이었다. 쌀은 한 톨도 남아있지 않았다. 가난과 독재, 억압을 피해 죽음을 각오하고 풍요와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왔지만 되레 굶주림으로 비극적 생을 마감한 것이다.
한국에 정착하지 못하고 영국과 캐나다 등 제3국행을 선택하는 북한이탈주민도 늘고 있다. 영국에 5백여 명이 정착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려 많은 남한 사람들이 이민을 떠났듯 제3국으로 떠나는 것이다. 무한 경쟁 사회인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차별과 편견은 물론 심지어 사기까지 당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탈북자에게 지급되는 정착금을 노린 못된 사기꾼의 감언이설에 다단계 사기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탈북 여성들은 성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성폭행 피해자의 경우 탈북 과정과 남한에서 당한 성폭행이 북한에서의 그것보다 많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17년 여성가족부 조사)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 이탈주민은 모두 3만 2천여 명. 남한 사회에 섞여 살기 힘들다 보니 그들끼리의 공동체에 의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7월에는 20대 탈북 남성이 한강 하구를 헤엄쳐 월북했다. 3년 전 탈북 루트를 거슬러 올라간 것이었다. 탈북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모진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는 이도 있다. 여성 탈북 복서 최현미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지난 18일 동두천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슈퍼페더급 9차 방어전에서 브라질의 다 실바를 9라운드 TKO로 꺾고 9차 방어에 성공했다. 태영호 의원은 “최현미가 북한에 있었더라면 체육영웅으로 대우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최현미가 19승 1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한국을 전 세계에 알렸지만 국내에서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 챔피언임에도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다. 권투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이유겠지만 그것이 다일까? 탈북자 도우려다 북한 눈치 보는 정부로부터 미운털 박힐까 봐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최현미는 그간 많은 나라로부터 금전적 지원 제안과 귀화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열네 살 때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자신과 아버지를 받아들여준 대한민국을 배신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탈북 인권운동가 지성호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내 정착 탈북자들을 북한에 대한 선행학습을 할 수 있는 남북통일의 교두보로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필사의 탈출로 국내에 들어온 이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말 한마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나원 교육과 정착금 지원을 끝으로 무한경쟁사회로 내몰지 말고 취업을 위한 지속적인 직업교육과 훈련 제공도 필요하다. 주변 이웃의 애정 어린 관심과 격려, 배려는 외로운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통일을 외치기 전에 그들부터 보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