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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Oct 05. 2021

상실의 시대  '공정'이라는 공허한 메아리

상실의 시대… ‘공정’이라는 공허한 메아리


꼭 10년 전 젊음을 바쳤던 회사를 떠나며 퇴직금이란 걸 처음 받았었다. 1억 6천5백만 원. 만 17년 근속의 대가였다. 화천대유에서 6년간 일한 대리가 받았다는 퇴직금 50억 원의 30분의 1 수준이다. 이후 6년 가까이 부장으로 근무했던 두 번째 회사를 떠나면서 받은 퇴직금은 화천대유 대리 퇴직금의 100분의 1이었다. 굳이 필자가 두 차례 받았던 퇴직금의 액수까지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50억 원이라는 퇴직금이 비상식적인 금액이라는 점을 실증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며 회사분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은 직원은 몇 달 사이에 최소 5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한다. 그 개발 회사 자체는 겨우 3억 5천만 원 투자하고 4천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고 하니 50억 퇴직금쯤이야 별 대수겠는가?


대박이 났으니 축하할 일인가?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던 대장동 개발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사익을 냈다. 그걸 놓고 이재명 게이트니, 국민의힘 게이트니 정치권은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서로 상대방 물어뜯기에만 혈안이다.


이번 사건은 ‘단군 이래’ 최대의 상대적 상실감을 많은 이들에게 안겨주었다. 성남시에 땅을 수용당한 원주민들은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3.3㎡(1평) 당 250만 원 정도에 팔았던 땅이 10배로 뛰었으니 사촌이 땅을 사 배 아픈 것 정도는 저리 가라일 것이다. 그 이득을 성남시와 함께 소수의 투자자들이 차지했으니 말이다.


선거에 영향을 줄 요소로 떠오른 만큼 누구 말이 진실인지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전혀 다른 주장이 맞서고 있어 국민들은 헷갈린다. 유권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선거 전에 진실을 가려주기 바란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 똘똘한 한 채 갖고 있으면 3대가 걱정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높아진 한 50대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집값을 올렸나? 내게 세금 부담을 지우면 나는 세입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키면 그만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을 수십 차례나 내놓고도 잡지 못한 채 세금만 올린 정부 당국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다.


상실의 시대, 상상을 초월하는 상대적 박탈감에 청년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부동산 문제뿐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의 특혜 의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딸 부정입학 사건을 목도하며 무너져버린 공정의 가치는 이제 희망의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울리며 이 땅의 수많은 이들 사이에 허탈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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