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징어게임인가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봉 한 달도 안 돼 1억천만을 뛰어넘는 넷플릭스 계정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 사상 신기록이라고 한다. 한 계정으로 최대 4개 ID까지 가질 수 있는 데다, 넷플릭스가 금지된 중국에서도 열광적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수억 명이 이 드라마를 봤을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
우리의 어릴 적 놀이문화인 딱지치기, 구슬놀이, 뽑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그리고 오징어놀이. 이 추억의 놀이가 서해 건너 중국에서,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유럽 등 지구촌 곳곳에서 다시 생명을 얻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하니 신기할 정도다.
중국 인터넷 상점에서는 뽑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프랑스의 오징어게임 체험관에는 수천 명이 5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한다. 또 영국의 한 고속도로에는 오징어게임을 연상시키는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의 표식판이 등장하는 등 각종 패러디 현상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도대체 이런 지구적 ‘스퀴드 게임 신드롬’은 왜 생겨난 걸까.
핵심 키워드는 생존게임이다. 목숨을 건 게임이 단지 상상의 드라마가 아닌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 패자들의 피 튀기는 생존 게임은 허구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정글의 법칙, 경쟁에서 밀리면 죽음이라는 냉혹한 법칙이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에서나 현실 사회에서나 똑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이 깨달으며 몰입하게 된다.
드라마에 나오는 명대사 "여기가 더 지옥이야"가 그것을 말해준다. 1표 차로 게임이 끝나고 현실 세계로 돌아간 이들이 가난과 차별, 지긋지긋한 삶과 마주하면서 현실 세계가 더 지옥이라며 차라리 게임 세계를 선택하고야 마는 장면이다. 모 아니면 도, 일확천금 아니면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최대 456억 원의 돈다발이 쌓여 가는 대형 돼지저금통을 노린 잔인한 살인 게임이 펼쳐진다. 현실 세계라고 다를까? 6년 차 대리가 50억 퇴직금을 타고, 3억 투자한 소수가 4천억 원 배당금을 따먹는 게임이 벌어졌다. 헐값에 땅을 팔고 둥지를 떠난 원주민, 평생 모은 돈으로 아파트 한 채 살 수 조차 없을 만큼 폭등해버린 부동산 가격에 한숨짓는 서민들은 오징어게임 참가자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바로 그 오징어게임 속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