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선거냐” 실종된 품격
역대 최악의 대선이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하자 투성이다. 불만이 쏟아질 법하다. 어느 후보는 심각한 감정 조절장애가 의심된다. 시정잡배들의 거리 난투극에서나 들을 법한 욕설이 공개돼 큰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래도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여배우가 주장한 불륜 스캔들도 그렇다. 진위 여부를 떠나 당사자의 품위를 깎아내린다. 그럼에도 “뭐 그까짓 것 가지고” 정도의 취급을 받고 있다. 몇몇 사람이 수천 억의 이익을 나눠먹은 토지개발사업에 “이게 공정이냐”며 많은 이들이 허탈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래도 콘크리트 지지층은 흔들리지 않는다.
야당의 유력 후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총칼로 정권을 찬탈하고 시민들을 참혹하게 학살한 사건의 주역을 비호했다. 국가반란죄로 유죄를 받은 자에 대해 그래도 정치는 잘했다고 해 국민을 흔들었다. 나아가 들끓는 사과 요구에 ‘개 사과’ 사진으로 국민을 조롱했다. 정무 감각이 없는 건지, 우둔한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든다. 그래도 열혈 지지자들은 꿈쩍도 안 한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중심에 서 있어도 그랬다. 아내의 논문 베끼기 의혹은 아예 의혹 축에도 못 끼는 모양새다. 장모가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나라 곳간을 제 돈 쓰듯 타 쓴 혐의로 재판을 받는데도 역시 핵심 지지층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야당 후보 1, 2위를 다투는 또 다른 후보도 품격 하위 다툼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막말’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 같잖은 게 대들어서 패 버리고 싶다” “돼지 발정제”… 막말 총정리가 인터넷에 떠돌 정도다.
후보자 토론회는 더 가관이다. 정책 대결은 아예 실종됐다. 오로지 상대 헐뜯기에만 혈안이다. ‘개 사과’ 이야기만 갖고 거의 40분간 공방을 벌인다. 옛날이야기들까지 모조리 들춰내는 인신공격이 난무한다. 이러니 후보가 결정되면 사실상 원수가 된다. ‘원팀’은 한낱 구호에 불과해진다. 국민은 짜증 난다. 나라의 장래가 걱정된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 지도자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그 누가 신이 나겠는가. 막장드라마와 다름없는 이런 저품격 토론회는 정치 혐오만 초래할 뿐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차선도 안 보인다. 최악을 피하는 게 차선인가? 더 이상 3류 정치 쇼, 극장 정치는 그만 두라.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할 길, 국민이 걱정 덜고 잘 먹고 잘 살 길만 챙겨라. 그렇지 않으면 작금의 정치 혐오는 분노의 들불로 타오를 것이다. 무당파 중도층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심판의 회초리는 무당파 중도층 국민이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