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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키울까 고양이를 키울까

한국인은 개를 좋아하고 일본인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by 윤경민

한국인은 개를 좋아하고 일본인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저녁에 동네 한 바퀴 돌다 보면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해가 갈수록 더 눈에 많이 띄는 느낌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의 한 시립 체육문화시설 내 너른 공간은 저녁마다 아예 반려견들의 전용 공간이 되어 버린다. 개들은 저마다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뽐내고 견주들은 강아지들을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흔히 반려동물 사육 인구 천만 명 시대라 하는데, 비교적 정확한 추정치가 최근 나왔다.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국내 반려동물 사육 가구는 313만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곱 집 중 한 집 꼴이란 얘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 (638만 가구)나 KB경영연구소의 조사(604만 가구) 결과와는 다른 수치다. 기존 조사는 표본이 천 명에서 5천 명이었던 데 반해 통계청 조사는 전국 가구의 20%에 달하는 만큼 정확도가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추정되는 반려동물의 숫자는 개가 290만, 고양이가 100만 마리라고 한다. 개가 고양이의 거의 세 배에 달한다.


일본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양이 수가 개보다 약간 많다. 일본 열도의 반려견은 모두 849만 마리, 반려묘는 964만 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5천7백만 가구의 12%인 680만 가구가 개를, 10%인 550만 가구가 고양이를 키운다. 일본에서는 다섯 집에 한 집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개를 키우는 가구 수가 조금 많지만 개는 가구당 평균 1.25마리인 데 비해 고양이는 평균 1.75마리여서 총 개체 수는 고양이가 많다. 일본 팻푸드협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조사 결과다. 최근 5년간 조사에서 개의 숫자가 감소하면서 고양이 숫자가 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로는 위안과 평온을 주기 때문이라는 답이 압도적이었다. (개: 40% 고양이: 45%) 특히 타인과의 접촉이 줄어들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코로나 시대에 반려동물은 인간의 고독감을 달래주기에는 안성맞춤일 것이다.


개든 고양이든 반려동물은 이제 인간과 떼어놓을 수 없는 가족 구성원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아니 오히려 인간보다 더 가까운, 식구보다 더 가까운 것이 반려동물일지 모른다. “퇴근 후 집에 가면 나를 반겨주는 건 오직 강아지뿐”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던 한 중년 가장의 농담 섞인 말이 이를 대변해준다. “강아지를 키우고 나서 온 식구들이 거실에 모이기 시작했어요. 반려견이 가족 간 연대감을 심어주더라고요” 집안이 밝아졌다며 이렇게 말하는 지인도 있었다. “사람은 배신해도 개나 고양이는 배신하지 않잖아요” 이 말도 일리 있는 말이다. 농수로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 주인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체온을 유지하게 해 줘 목숨을 살린 백구 이야기는 이를 증명한다.


개든 고양이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배신이 판치는 세상, 의리가 실종된 고독한 현대사회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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