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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게 아니라 내려놓은 거예요"

낙엽이 주는 메시지

by 윤경민

"떨어진 게 아니라 내려놓은 거예요"

울긋불긋 물감을 뿌려놓은 듯 아름답던 단풍잎이 하나둘씩 흩날리는 계절이다.

이른 아침 찬 바람에 시린 손을 호호 불자니 벌써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에 아쉬운 마음이다.

싱싱하던 활엽수 이파리들은 이제 누렇게 변해가고 보기 싫게 말라비틀어질 것이다.


수많은 가랑잎들은 추위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가지와 이별을 하게 된다.

어쩌다 겨우내 버틴다 해도 신록이 밀어낼 때까지 살아남는다 해도

이전의 늠름함이나 싱싱함, 아름다운 전성기 모습을 간직하지는 못한다.

일그러진 채 바싹 말라빠진 채 살아도 죽은 것과 다름없는 모습일 뿐이다.

살아 있다기보다는 그저 매달려 있을 뿐이다.

화창한 봄날 흐드러지게 피었던 수천 송이의 벚꽃이

어느 하루 세찬 봄비와 봄바람에 우수수 흩날려 생명을 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꽃잎을 떨궈내고 초록색 이파리로 태어난 새 생명은 다시 낙엽으로 생을 마감한다.

버텨도 사는 게 아니다. 죽음의 순간을 뒤로 미룰 뿐이다.

자연의 이치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수줍은 듯 보일락 말락 하는 망울과 같은 유소년기를 지나

흐드러지게 피는 화려한 벚꽃과 같은 청년기.

그것을 지나면 싱그럽고 파릇파릇 윤기를 자랑하는 잎사귀처럼

청년기의 후반과 중년기의 초반을 겪는다.

그리고 나면 어떤 이는 노란 은행잎처럼, 어떤 이는 붉은 단풍나무처럼

인생의 황금기, 절정기를 보낸다.

물론 그렇게 예쁘게 물들기도 전에 해충에 갉아먹히거나,

무슨 연유에선지 저절로 떨어져 나가는 이파리처럼 도태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잎이든 가을이 지나면 혹독한 겨울을 맞듯이

중년의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인간은 아름다운 퇴장, 혹은 비참한 퇴장과 마주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역시 아름답거나 비참한 죽음과 마주해야 한다.

그 시간이 기냐 짧으냐의 차이일 뿐 모든 인간이 겪어야 할 우주의 법칙이다.

추풍낙엽을 보면서 내 인생의 계절은 어디쯤에 와 있는가 생각해본다.

초가을인가, 늦가을인가...

소셜미디어에서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과 글이 떠오른다.


"떨어진 게 아니라 내려놓은 거예요" -낙엽이-


안 떨어지려고 아등바등하는 것보다는

내려놓았다고 생각하는 게 맘 편하다는 찡한 울림이다.

언젠간 마주할 인생의 겨울,

시곗바늘을 부러뜨려도 시간은 멈추지 않을 것인데

섭리에 맡기자.

그게 우리네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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