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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외교의 힘
한일관계도 뚫어줄까

by 윤경민

20년 적대관계를 단숨에 끊어 놓은 건 탁구였다.

미국과 중국 얘기다.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미국 선수단이

중국의 초청으로 1971년 4월 베이징 땅을 밟은 것은 화해의 신호탄이었다.

미중 친선 탁구 경기 두 달 후 미국은 대중 무역금지 조치를 해제했고

이듬해 2월 닉슨의 역사적 중국 방문은 상하이 공동성명을 낳았다.

1979년 미중 수교의 디딤돌이 이때 놓인 것이다.

이른바 '핑퐁외교'였다.


이처럼 스포츠는 꽁꽁 얼어붙은 관계를 녹여주는 역할을 종종 한다.

남북관계에서는 특히 그랬다.

북한이 대규모 선수단과 미녀 응원단을 파견했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 해빙기와 더불어 북미 대화의 돌파구까지 마련한 계기로 작동했다.

앞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근로 담당 비서,

김양건 대남비서 등 고위급 인사들의 방문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했다.


북미 스포츠 외교의 공로자라면 데니스 로드맨을 들 수 있겠다.

미국 프로농구 스타인 그는 평양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농구광인 김정은 위원장과 '절친' 관계를 맺어나갔다.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에 그의 역할론이 부상했을 정도다.


사상 최악의 한일관계에도 스포츠 외교가 통할까.

한일 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 6명이 일본의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을 만나 축구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한일 국회의원 친선 축구 경기를 내년 봄가을 양국을 오가며 열기로 약속한 것이다.

'레이더 사건' '일본의 수출 규제' '지소미아 갈등'

'강제징용 배상' '위안부' 문제 등 숱한 갈등으로

사사건건 첨예하게 대립해온 두 나라가

국회의원 친선 축구경기를 계기로 해빙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다.

내년은 특히 한일 공동 월드컵 20주년이다.


한일 의원연맹 회원이자 조선통신사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여야 의원들과 일본을 방문한 국민의 힘 박진 의원은

"꽉 막힌 한일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제 새벽 공기를 가르며 훈련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일본은 최근 총리가 바뀌었고 한국도 내년 3월 대선이후엔 새 지도자가 탄생한다.

누가 되든 새로운 정상끼리 미래지향적 관계를 모색해보기를 기대해본다.

미중간 핑퐁외교처럼 내년에 있을 축구 외교가 한일 관계를 풀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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