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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건 죄가 아니다.

by 윤경민


"넌 아직 어려서 모르는구나"

가끔씩 어머니께서 내게 하시는 말씀이다.


"한발 한발 조심하거라" 부산 출장을 간다고 말씀드렸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등산을 간다고 해도 "헛디딛지 않도록 조심해"라고 말씀하신다.


50대이거늘 당신으로선 내가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다.


"고구마 심을 땐 옆으로 눕혀서 심는 거야. 넌 아직도 그걸 모르니?"

이런 이야기는 일 년에 열두 번씩 듣는다.


"야, 넌 기자가 그것도 모르냐. 한심하다"

"헐 기자라고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시나?" 난 속으로 말한다.


나이 듦이란 무엇일까.

농축된 경험일 게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비록 학교 교육은 많이 못 받았어도 부딪히고 접하며 축적한 지혜, 그것이 '나이 듦'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것이 우리 부모님들의 가르침이다.


30대 임원, 40대 부사장 대거 발탁... 40대 임원이 전체 임원의 절반이나 된다느니 세대교체라느니 이런 기사 제목이 눈에 많이 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경제 시대, 트렌드를 쫓고 앞서 나가야 경쟁력이 생기는 세상이니 뭐,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는 30대에 임원이 되지 못한다. 40대에 부사장이 되지 못한다. 슬픈 현실이지만 그들은 결국 버림받고 만다. 열심히 일하고도 인정받지 못한 채 팽당한다.

그래서 나이 많은 게 죄라는 씁쓸한 독백이 쏟아진다.


대한민국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을 살려야 하는 이때 '나이 듦'을 죄로 여겨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나이 듦을 지혜의 버팀목으로 삼아야 하는 걸까.


우리는 오늘도 나이 듦의 과정을 살고 있다.

30대 임원도, 40대 부사장도 만년 그 나이를 지킬 수는 없다.

누구든 매일 하루씩, 매년 한 살씩 먹어간다.

거스를 수 없는 우주의 진리다.


엄동설한에 경쟁에 밀려 회사 밖으로 몰리는 50대들은 죄인이 아니다.

이 땅의 민주화를 일궜고 정보화 사회를 일구며 치열하게 살아온 세대다.

누군가의 아버지며, 어머니다.

누군가의 배우자며 가장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살아남지 못한 수많은 패자들을 죄인으로 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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