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서울특파원과 국민일보 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하다가 대학 교수가 된 김창룡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그는 7전 8기를 한참 뛰어넘는 31전 32기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대학 교수의 꿈을 이루려 30차례나 이력서를 내고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던 것.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그의 끈질김이 ‘꿈은 이루어진다’를 실현하게 만들었다. 어렵게 들어간 학교인 만큼 그는 모든 열정을 학교 교육에 쏟아붓기로 했다.
신문방송학과 교수였지만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교양과목을 개설하라는 총장의 특명을 받아 ‘성공학 실패학’이라는 과목을 만들고 강의를 시작한다. 대한민국 대학 최초의 과목이었다. 특강 한 두 번이라면 모를까, 한 학기 16주를 강의하기 위해선 수많은 자료를 모아야 했다. 나름대로 분석도 하고 설득력 있는 강의안을 짜야 했다. 밤잠을 줄여가며 전 세계의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의 목록을 작성하고 유형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 중의 하나가 ‘4H RPM’이다.
4H란 Happy, Healthy, heartful, hopeful.
먼저 행복해야 성공한 것이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어서, 행복하다고 느끼느냐 불행하다고 느끼느냐는 본인의 느낌이기 때문에 그 기준은 각자 다르다.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만족하지 못하면 성공이 아니란 얘기다. 돈을 많이는 못 벌었어도 본인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성공이란 얘기가 된다.
둘째는 건강. 건강을 잃으면 행복해지기 어렵고 결국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 몸과 정신의 건강이 성공의 불가결 요소다.
셋째, 진심을 다하는 따뜻한 마음도 성공의 조건이다. 자기만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은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나눠주고 베풂으로써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이라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희망도 그렇다. 절망을 안고 사는 사람은 실패한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도 늘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긍정적 사고로 기운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들이다.
다음으로 RPM은 Relationship, Profession, Money를 말한다. 가장 첫 번째가 R Realtionship, 즉 관계다. 학교와의 관계, 직장과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 자식과의 관계, 배우자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등 관계에 실패하면 아무것도 성공할 수가 없다. 김 위원은 중년 남성들의 경우 자식과의 관계, 배우자와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의 입장에서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을 주문한다. 자식도 스무 살 넘으면 어른인 만큼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들어도 자식의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해야 자식도 마음의 문을 열고 아버지와의 대화에 응한다는 게 경험에서 비롯된 결론이라고 그는 말한다. 배우자 역시 마찬가지로 애정 표현을 끊임없이 해주는 게 부부 사이를 지속 가능하게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김 위원은 매일 퇴근 후 귀가할 때 현관문을 열기 전 자신의 표정을 살핀다고 한다. 굳어 있지는 않은지, 굳어 있다면 활짝 웃는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고 아내에게 인사를 건네고 가끔씩 ‘백허그(back hug)’로 애정 표현하고 산책할 땐 항상 손을 잡고 거닌다고 한다.
그런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졌겠느냐며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김 위원은 강조한다. 나이 들수록 육체의 근육뿐 아니라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단련시켜야 인생 후반부가 행복하다는 게 그의 인생철학이다.
두 번째, P profession은 전문성이다. 호빵 장사를 하든 강의를 하든 프로 정신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 자신이 그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인정받을 수 있고 본인 또한 만족하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전문성이 떨어지면 인정받지 못한다.
세 번째 Money는 말 그대로 돈이다. 돈이 없어도 행복하다는 건 어불성설이며 가식이라고 김 위원은 주장한다. 물론 마더 테레사와 같은 성인군자는 논외로 치자. 이스라엘 속담에 '가난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행복이 창문을 열고 나간다’는 말이 있다며 솔직히 돈 벌지 못하고 성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그런데 돈의 많고 적음은 역시 주관적이어서 ‘as much as you want’가 아니라 ‘as mush as you need’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원하는 만큼의 돈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면 된다는 얘기다. “자식 키우고 죽을 때까지 남의 신세 지지 않고 적당히 쓸 돈이 있다면 엄청난 부자라는 뜻이죠. 그 누구도 나를 유혹할 수 없을 테니까요”.
친구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논어 이야기를 꺼낸다. 논어에 '익자삼우(益者三友) 요 손자삼우(損者三友)'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에 자신의 철학을 보태 '익자칠우 손자칠우'론을 펼친다. 익자삼우 손자삼우는 유익한 벗 셋, 해로운 벗 셋이란 뜻. 유익한 벗이란 정직한 벗, 성실한 벗, 박학다식한 벗을 가리키고 해로운 벗이란 겉치레만 좋아하는 벗, 비위 맞추기와 아첨을 잘하는 벗, 말이 많은 벗을 말한다. 여기에 부담 없이 점심 한 끼 사주는 벗도 중요하다며 좋은 친구를 만드는 것도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설파한다. 관계가 좋아야 내가 행복하고 그게 성공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한다.
실제 그는 검소한 생활과 저축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돈을 마련했고, 아내, 자녀, 친구들과의 관계를 양호하게 구축했으며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전문성이야 언론인의 경험과 학문적 지식, 그리고 늘 배우고 깨우침으로써 쌓아가고 있으니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고향 울릉도에서 논술 지도했던 아이들이 명문대학에 들어가 감사의 인사를 건넬 때 행복을 느꼈고 희망을 가졌다. 그래도 그는 도전하고 준비한다. 6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지금 70대를 준비한다. 인생도 낙엽처럼 처참하게 떨어져 버릴 수 있지만 단풍이 곱게 물들면 봄꽃보다 아름답지 않더냐고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그와의 대화를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성공을 희망하고 있는가? 나만의 성공 기준은 무엇이며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나는 내 가족과 직장 동료, 친구,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맺고 있는가? 전문성은 키우고 있는가? 건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돈은 모으고 있는가? 희망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가?
노력 중인 것도 있지만 전혀 계획조차 없는 것도 있어 반성하게 된다. 31전 32기 숱한 역경을 극복하며 살아온 인생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거울 속에 비친 나의 현재를 바라보며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처럼 유익하고 즐거운 대화가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