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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훌륭한 언론인으로 키우고 싶다면

by 윤경민


자녀를 훌륭한 언론인으로 키우고 싶다면



역사 없이 인류의 오늘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인류는 역사의 기록과 반향, 추동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을 꾀해왔다. 여느 SF 영화처럼 외계인의 침략으로 인류가 어느 날 극소수만 생존한 채 멸망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역사책을 비롯한 모든 서적도 잿더미가 됐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그 소수의 인류는 외계인의 습격 직전까지 입었던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몇 가지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는 방법과 음식 조리법조차 일부 생존자의 기억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일단 하루하루 먹고사는 방법부터 새로 익혀야 할지도 모른다. 편하게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만들거나,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기록 없이 인류가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는 현대판 사관(史官)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기록자는 아니다.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오늘 있었던 사실을 기록해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정보 욕구, 즉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미디어 종사자의 임무다. 사회의 어두운 곳을 들춰내 도움의 손길이 가도록 하는 것도 언론인들의 몫이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행위자의 언행을 관찰하고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며 잘못이 있다면 당당히 꼬집는 것 역시 언론에 주어진 책무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는 세상을 바꾸는 직업이라고 필자는 감히 주장해 왔다. 정의로운 세상, 공정이 살아 숨 쉬는 세상, 더 좋은 세상으로 바꿔나가는 업(業), 그것이 말하고 논하는 언론인(言論人)이라고 감히 강조한다. 어른이 되어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도 주저 없이 기자를 추천하는 이유다.



비단 그런 엄숙한 공적(公的) 역할 때문만은 아니다. 기자는 재미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거리의 노숙자부터 심지어 한 나라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접한다. 자신의 업과 관련된 특정 부류의 사람 외에는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일반 직장인과는 다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생각과 삶의 방식, 문화를 접하기에 많은 직간접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기자는 창의적이고 멋진 직업이다. 글 쓰는 재미, 내가 쓴 글 한 줄이 사회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슴 벅찬 직업이기도 하다. 내 이름이 활자화되고 내 글이 읽힌다는 기쁨 또한 자존감을 세워주는 청량제다. 내 목소리와 내 얼굴이 방송을 통해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단순한 사실 또한 가슴 뛰는 일이다.



많은 부모가 어린 자녀들에게 이런 멋진 직업의 세계를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세상을 멋지게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동기를 유발하길 희망한다.



그렇다면 자녀를 좋은 언론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사회를 들여다보는 눈을 키우도록 조력해 주기를 권유한다. 평소 뉴스를 자주 접하고 관찰력을 키우며, 비판 의식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만큼 도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하는 힘과 한 줄의 글이라도 논리적으로 쓰는 힘을 키워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렇다고 신문방송학과를 꼭 가야 할까? 굳이 그렇지는 않다. 문학을 하든, 사회학을 하든, 경제학을 하든, 법학, 생물학 뭐든 큰 관계는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하되 꾸준히 사회에 관심을 두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책을 많이 읽을수록 좋다. 고전 문학에서부터 수필 등 여러 장르의 글을 다독하길 권한다. 시간이 있다면 필자의 졸저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기자', '방송사 언론인 지망생이 알아야 할 101가지', ‘'데스크 노트' 일독을 추천한다. 신문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신문사 방송사 견학도 흥미를 돋우는 좋은 선행 학습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의로운 생각을 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도록 가정 내에서 인성 교육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자식은 부모 하기 나름이란 말이 있다. 필자 또한 참부모가 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마음을 늘 다지고 또 다진다.



어린이뉴스(http://www.koreacen.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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