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대통령의 운전법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운전대를 잡았을 때

by 윤경민

초보 대통령의 운전법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운전대를 잡았을 때


"뿌~, 내리세요"

운전대를 잡자마자 스피커에서 들린 이 한마디.

영문도 모른 채 강제로 운전석에서 쫓겨나야 했다.

첫 운전면허 시험 때 얘기다.

출발하기 전 왼쪽 깜빡이를 켜야 하는 걸 깜박해 가속 페달은 아예 밟아보지도 못한 채 바로 탈락했던 것이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면허증을 손에 쥐고 나서 도로로 차를 몰고 나섰다.

등골이 오싹했다. 시선은 오로지 정면.

사이드 미러나 리어뷰 미러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차선 변경은 언감생심.

그날 두 시간 내내 2차선으로만 내달리고 말았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등허리는 식은땀으로 흥건.


조수석에 앉아 있던 친구는 "기어 바꿔", "클러치에서 발 떼", "야, 스톱!"을 잇따라 외친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친구는 "핸들 왼쪽으로 꺾어" "액셀레이터 더 밟아" "야! 오른쪽 깜빡이" 언성을 높인다. 둘이서 연신 헷갈리는 주문을 내놓는다.

뒤에서는 자꾸 '빵빵' 경적을 울려댄다.

옆 차선을 달리던 다른 차들은 연신 내 앞으로 끼어든다.

정신을 못 차릴 지경.


초보 운전 때의 악몽 같은 기억이다.


대통령이라고 다르랴.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초짜'다.

운전대를 잡아본 일조차 없고 깜빡이를 넣어본 일도 물론 없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이제 겨우 면허증을 땄을 뿐이다.

두 달 후면 진짜 운전대를 잡고 도로로 나가야 한다.

조수석과 뒷좌석에서 가속페달 밟아라, 브레이크 밟아라, 왼쪽으로 꺾어라, 오른쪽으로 꺾어라,

기어 바꿔 넣어라, 깜빡이 켜라, 차선 바꿔라... 갖가지 주문이 동시다발로 쏟아질 것이다.

뒤에선 빨리 가라고 클랙슨을 울려댈 것이다.

옆 차선 차량들은 줄줄이 끼어들며 위협할 것이다.

뒷거울이나 옆 거울을 흠칫 쳐다볼 엄두도 못 낼 것이다.

등골엔 싸늘한 땀이 흐를 것이고 머릿속은 안개처럼 하얘질지 모른다.


첫 운전을 어떻게 했는지 머리가 멍한 채 주차하다 전봇대를 들이박는다.

전진했다가 후진하면서 옆 차 범퍼를 긁는다.

겁이 덜컥 나 몰래 나왔다가 CCTV에 덜미가 잡힌다.


초보 운전은 이럴 수 있지만 대통령이 이래선 안 된다.


출발할 땐 신호를 줘야 한다.

도로를 달릴 때 과속은 금물이다.

뒤차의 운행을 방해하는 거북 운행도 안 된다.

급브레이크도 위험하다.

굽은 길에선 속도를 줄이되 급제동은 피해야 한다.

필요할 땐 차선을 바꿔야 한다.

바꿀 땐 미리 방향지시등을 켜서 신호를 줘야 한다.

뒷거울과 옆 거울도 여유 있게 수시로 살펴야 한다.

노란 불이 켜지면 제동을 걸어야 한다.

빨간 불이면 정지다.

그러지 않으면 사고 나기 십상이다.

주차할 땐 천천히.

남의 차 긁지 않게 사방을 잘 보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행여라도 긁으면 사과와 연락처가 담긴 메모를 남겨야 한다.

안 그러면 양심불량 뺑소니 취급당한다.


조수석,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동시에 다른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운전자가 헷갈린다.

순서대로 말해라.

위험 신호는 일찍 줘라.

타이밍이 중요하다.

당장 대형 사고 날 것 같으면 핸들을 꺾어줘라.

급제동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면 대신 핸드브레이크를 잡아당겨야 한다.


뒤에 달리는 차는 경적 울리기를 자제해주기 바란다.

초보운전자가 놀라 사고 일으킬지 모른다.

옆 차선 달리는 차들도 앞질러 끼어들기 자제하기 바란다.

초보운전자는 지금 정신이 없다.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는 양보해줘야 한다.

도로의 평화와 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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