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소통방식

'용산 시대' 보다 '소통과 통합의 시대' 열어야

by 윤경민

소통 疏通: 막힘 없이 잘 통하는 걸 뜻하는 말이다.

오해 없도록 뜻을 서로 통하는 걸 소통한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중궁궐 속에 스스로를 가둬둔 채 소통하지 않아 탄핵되고 말았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 역시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5년 재임기간 기자회견은 고작 10번에 불과했다.

1년에 두 번 꼴이다.


대통령은 어떻게 국민과 소통해야 하는가.


국민의 삶을 직접 살펴보고 그 현장에서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최고의 소통일 것이다.

그러려면 자주 현장을 찾아야 한다.

때로는 지하철을 타고, 때로는 버스를 타고 민심을 살펴야 한다.

살림 형편은 좀 나아졌는지, 출퇴근 여건은 달라졌는지, 주거 비용과 주거 환경은 개선됐는지, 허심탄회하게 승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호소를 두 귀로 직접 들어야 한다.


때로는 공사판에, 때로는 지방대학 캠퍼스를 찾아가야 한다.

억울한 제2의 김용균은 없는지, 중대재해 처벌법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대학의 경영난과 청년의 취업난은 어느 정도인지 직접 살펴야 한다.


전통시장도 자주 들러 국밥 한 그릇 비우며 상인들이 겪는 어려움도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짜인 각본은 필요 없다.


미리 정해진 장소, 정해진 대화 상대라면 진실한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

의전팀과 경호팀이 다소 애를 먹더라도 불시의 예고되지 않는 현장 방문이어야 한다.

각계각층 국민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모든 현장을 다 누빌 수는 없다.

모든 국민을 일일이 만나 그들의 애환을 듣고 문제를 일일이 해결해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다양한 단체와의 대화가 중요하다.

노동자 단체, 경영자단체, 자영업자 단체, 임차인 단체, 임대업자 단체, 의사단체, 환자단체 등 각종 이익단체를 대표하는 이들과의 대화의 문도 열어놓아야 한다.

듣지 않으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제대로 진단하지 않으면 해법을 마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수월한 소통 방식은 기자들과의 만남이다.

기자들은 시청자와 독자의 궁금증을 대신 묻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속 언론사를 대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사 소비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도 한다.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는 형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자회견이다.

취임 기자회견이나 신년 기자회견 등 정례적으로 하는 기자회견도 있고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하는 특별 기자회견도 있다.


이런 공식 기자회견은 사실 형식의 틀에 매여 있어 속 깊은,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뤄지기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청와대 기자단과의 산행을 몇 차례 했다.

청와대 뒷산을 함께 오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양복 차림의 각 잡은 형식이 아니고 편안한 등산복 차림으로 산에 오르다 보니 솔직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런 편안하고 솔직한 대화 속에서 대통령은 간접적으로나마 민심을 파악하는 기회를 갖는다.

측근 인사들만 대화해서는 듣기 좋은 이야기만 듣기 십상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매주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언론과의 소통을 자주 하겠다는 강조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평균 월 2회의 기자회견을 했다는 통계가 있다.

꼭 기자회견이 아니더라도 국민과의 소통은 확대하는 것이 좋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한 공약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였을 게다.

굳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국방부로 들어갈 필요가 있겠는가.

'용산 시대'보다 중요한 게 '소통과 통합의 시대' 아니겠는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툰드라에도 여름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