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거리두기... 그땐 호들갑?
나중에 걸리면 손해?
막 내린 거리두기... 그땐 호들갑이었단 건가
많은 이들의 숨통을 조이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코로나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 삶에 침투한 지 2년 하고도 석 달 만이다.
코로나 초기 우리 사회는 공포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였다.
대구에 확진자가 속출하자 시내는 삽시간에 유령 도시가 되었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거리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그때 하루 최고 신규 확진자가 몇 명이었는지 생각하면 허탈한 웃음이 나올지 모른다.
겨우(?) 천 명 안팎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폐지한 날 신규 확진자 수는 4만 7천여 명.
주말 검사 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월요일 오후 6시까지 집계된 신규 확진자는 벌써 10만 명에 육박한다.
그때는 호들갑이었고 지금은 대범해진 건가.
확진자가 수천 명 수준일 때는 학교 대신 온라인 수업을 하더니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 나오는데 전원 등교 수업이다.
그때는 호들갑이었고 지금은 대범해진 건가.
당국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확진자 수가 하루 최고 60만 명이라는 정점을 찍고 확실하게 하향 곡선을 긋고 있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증이나 독감 수준의 증상을 겪는 등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떨어졌다.
2년 이상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도 지쳤다.
모두 거리두기 폐지 결정에 작용한 요인들이다.
"이제 일상으로" 거리에는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번화가는 늦은 밤에도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자영업자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반색하고 있다.
그. 런. 데. 그런데 말이다.
검사비나, 치료비 모두 국가가 부담하던 것을 5월 말부터는 개인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1급 감염병으로 취급하던 코로나19를 보건당국이 2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격리 의무도 해제된다. 직장인의 유급휴가도 사라진다. 격리치료 지원금도 사라진다.
코로나에 걸려도 출근해야 하고 치료비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후유증이 겁나도 맞으라는 백신 다 맞고, 불편해도 거리두기 확실히 지키고, 외출도 삼가며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던 이들이 거리두기 폐지로 달라진 사회 환경 속에 확진되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까지 확진자가 조심하지 않아서 확진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2급 감염병으로 한 단계 내렸다 하더라도 검사비, 치료비, 유급휴가 등 기존 지원은 중단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끝까지 안 걸리면 좋겠지만 계절성 독감 한 번 안 걸려본 사람이 과연 있는가?
더구나 하루 10만 명이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이때 모든 거리두기 조치를 다 풀고 있으니 아직 안 걸린 나, 앞으로 언젠가는 걸릴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그때 나는 지금까지의 확진자와는 다르게 아파도 출근해야 하고 수십만 원의 병원비를 내야 할지 모른다.
어디 나뿐인가? 아직 확진되지 않은 당신, 확진 경험이 있지만 재감염될지 모를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