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불행한 이유

행복지수 이렇게 높이자

by 윤경민

내가 사는 주식은 떨어지고 판 주식은 올라간다.

내 집은 20년 만에 3배 올랐는데, 남의 집은 열 배 올랐다.

옆집 사람은 승진하면서 승승장구하는데 나는 만년 그 자리다.

젊은 후배들이 앞질러 가는 게 속도위반으로 보인다.

인생역전을 꿈꾸며 로또 복권을 사지만 번번이 낙첨이다.

복권 가게에 걸린 '1등 당첨 12회' 현수막을 보면 화가 난다.

"근데 왜 나는 안 되는 건데?"라는 데시벨 80의 두성이 뇌에서 소용돌이친다.

그래서 가끔 우울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 모든 것들이 나는 불행하다고 느끼게 한다.

어디 이뿐이랴, 내가 불행한 이유는 갖다 붙이면 수도 없이 많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가 발표한 '2022 행복 보고서'의 행복지수 순위를 보니 놀랍다.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아이슬란드, 4위 스위스, 5위 네덜란드, 6위 룩셈부르크, 7위 스웨덴, 8위 노르웨이, 9위 이스라엘, 10위 뉴질랜드... 한국은 59위.


"어라,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이 대부분이네.

예전에 국민소득 수준이 낮은 저개발국가가 1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안 보이네"

살펴보니 12년 전인 2010년 조사에서 1위는 부탄이었다.

부탄은 남부 아시아의 중국과 인도 사이 히말라야 산맥 동쪽에 있는 작은 나라다.

80만이 채 안 되는 인구에 1인당 국민소득은 3천 달러에 못 미친다.

작고 못 사는 나라지만 가족, 이웃 간의 유대관계와 비교적 잘 갖춰진 사회안전망이 '행복도 1위'라는 비밀의 열쇠로 꼽혔다.

그런데 8년이 지난 2019년도 조사에서는 행복지수가 무려 95위로 추락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급속한 도시화와 인터넷, 스마트폰 보급 확대가 요인으로 분석됐다.

세상 현실에 눈을 뜨고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행복이 불행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늘 남과 비교하다 보니 내가 불행해 보였던 게다.

나보다 돈을 많이 번 사람, 나보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 나보다 좋은 비싼 집에 사는 사람. 나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과 비교하다 보니 초라해지고 우울해지는 거다.

그렇게 더 잘난 타인과 비교하니 행복감은 떨어지고 불행감이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행복지수 상위권 국가의 공통점 중 하나가 사회안전망이다.

실패해도 도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나라,

상대적 박탈감이 없는 공정한 나라,

고용과 의료, 복지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는 나라,

그래서 다음 정부에서는 국민의 평균 행복지수가 열 계단쯤은 올라가기를 기대해본다.


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나름의 절대 행복지수를 설계하고 주기적으로 측정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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