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탄생을 막아야 하는 이유
그는 왜 아베를 쏘았나.
마흔한 살 무직 남성 야마가미 테쓰야.
유튜브를 보고 사제 총기 제조법을 익혔다.
실제 연습 사격까지 하고는 대낮 거리 유세장에서 요인을 암살.
그것도 전 총리이자 지금도 일본 정계를 좌지우지하는 정계의 거물 아베 신조를.
특정 종교에 대한 불만이 범행 동기라는 게 야마가미의 진술로 전해진다.
20년 전 사망한 부친 대신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모친이 한 종교에 빠져 거액을 헌금해 가세가 기울면서 파산했고 그 종교 때문에 자신의 삶이 비참해졌다는 그가 총구를 겨눈 건 엉뚱하게도 아베 전 총리였다.
아베 전 총리가 해당 종교의 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는 게 이유였다.
하필이면 그 종교가 한국에 뿌리를 둔 통일교라고 하니 씁쓸하다.
그렇다고 해도, 야마가미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모친이 거액의 헌금을 한 종교단체에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 만으로 암살을 한다?
그것도 사제 총까지 만들고 연습사격까지 하며 나라현의 유세 장소까지 전날 밤 알아보는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을 뿐 아니라,
유유히 현장에 접근해서 수많은 인파가 보는 가운데 대담하게 총격을 가한다?
프로파일러의 심리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에서는 총기를 이용한 요인 암살은 재일교포 문세광의 박정희 대통령 암살 시도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와 김재규의 박정희 대통령 시해 정도가 떠오르는데, 야마가미의 경우와는 목적과 배경이 다르다.
야마가미는 고교 졸업 후 해상자위대에 입대해 자위관으로 3년여간 근무하다 제대했고
최근에는 1년 반 가량 제조업체에서 파견직으로 일했던 것 외에는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
추정컨대, 사회와 단절되어 집안에 틀어박혀 사는 이른바 '히키코모리'생활을 했을지도 모른다.
기독교를 포함한 외국 종교가 뿌리내리기 힘든 것으로 유명한 일본에서는 종교와 관련된 테러와 사회적 문제가 가끔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1995년 오움진리교에 의한 사린가스 살포 사건이다.
월요일 출근 시간 도쿄 지하철 5곳에 동시 다발적으로 사린가스가 살포돼 승객과 승무원 13명이 사망하고 55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교주 아사하라 쇼코가 자신이 연루된 메구로 공증인 사무소 사무장 납치 감금 치사 사건과 사카모토 쓰쓰미 변호사 일가족 살해 사건의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대규모 테러를 신도들에게 지시해 이뤄진 사건이었다.
결국 아사하라 쇼코와 옴진리교 간부 6명은 2018년 7월 6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일본에서는 아무 이유 없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살해하는 이른바 '토오리마'(通り魔: 거리의 악마.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며 해를 입히는 악마) 사건도 빈발한다.
2008년 6월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범인은 트럭을 몰고 보행자 천국으로 돌진해 무고한 행인들을 치고는 무차별 칼부림을 저질렀다.
예기치 못한 묻지 마 공격에 7명이 목숨을 잃고 10명이 다쳤다.
앞서 2001년에는 오사카의 한 초등학교에 남성이 침입해 어린 학생 8명을 무차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도 벌어졌다.
일본 경찰청은 이런 '토오리마' 살인 사건이 지난 10년간 70건이나 발생해 2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묻지 마 폭행. 묻지 마 살인 사건이 간혹 발생한다.
층간소음을 이유로, 다른 손님에게는 아는 척을 해주고 자신에게는 안 했다는 이유로,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이런 분노조절 미흡에 따른 묻지 마 범죄가 늘어난다.
한 일본인 지인은 아베 피격 이야기를 하다가 '메이와꾸'(폐) 문화를 꺼냈다.
일본에서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데 그것이 개인을 억압하고 그 억압이 언젠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그래서 오히려 더 큰 폐(메이와꾸)를 사회에 끼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나름의 해석이다.
누가 야마가미를 괴물로 만들었을까?
제2의 야마가미를 탄생시키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