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이 내게도 왔다

코로나라는 나쁜 놈

by 윤경민

결국은 피해 갈 수 없는 건가, 그놈이 내게도 왔다.

3차 접종 후 50세 이상 4차 접종 권유가 있었지만 "올 테면 오라지" 하며 접종하지 않았던 내게 말이다.


목요일 오후 점심 먹을 때까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사무실로 돌아와 몇 가지 일처리를 하고 난 3시 무렵부터 왜 이리 잠이 쏟아지는지, 단순히 식곤증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고 나서는 어깨에 근육통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이마에 손을 얹어보니 미열이 나는 듯했다.

그래도 코로나라고는 전혀 예감하지 못했다.


퇴근 후 곧바로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길에 조금씩 몸이 더 무거워지는 느낌.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쓰러졌다.

초저녁 잠을 자는데 저녁 먹으라는 아내의 소리에 거실 식탁으로 뚜벅뚜벅.

전날 에어컨을 켜놓고 자서 그런가.

냉방병인가 하며 살짝 코로나가 의심되기도.


그래서 아이들과 저녁 식사하면서도 일부러 몇 마디 하지 않고 얼른 식사를 먼저 끝내고 다시 침대로.

근육통과 두통, 미열이 점차 심해지는 걸 느끼면서 잠이 들었다.

에어컨은 껐지만 방문과 창문을 그대로 닫아둔 채로.


새벽에 어슴푸레 잠을 깼는데 몸은 더 무거워진 느낌 아닌가.

열대야의 영향으로 식은땀도 흘리며.

목도 조금 칼칼한 느낌.

아뿔싸, 그놈이구나.

결국은 내게도 왔구나.


그러면서도 비몽사몽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다가 7시 반이나 돼서야 몸을 일으켰다.

책꽂이에 놓아두었던 자가진단도구를 꺼냈다.

회사 양호실에서 받아두었던 길이가 긴 전문가용이었다.

양쪽 콧구멍에 깊숙이 차례로 찔러 넣은 뒤 용액에 넣어 비비고 흔들고 검사기에 똑 똑 똑 세 방울을 흘렸다.

긴장된 마음으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두 줄이 선명하게.

에효...


동네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결과는 역시 확진.


금요일은 휴가였다.

어머니 모시고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컬렉션 보고 대학로에서 연극을 함께 볼 예정이었는데 물거품이 되었다.


약을 처방받고 아침 식사 후 약을 먹었더니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

방에 고립되어 마루에만 나가려 해도 돌아다니지 말라는 아내의 따가운 눈총에 그냥 방콕.

샤워도 용변도 안방 화장실에서만 해결.


상태가 호전되어 책이나 읽어볼라 쳐도 집중이 안 된다.

확진 첫날 아직은 견딜 만 한데 앞으로 이삼일은 목이 무척 아플 거라고들 한다.


제발 가볍게 지나가기만을....


지난 화요일 어머니 댁에 가서 형과 어머니와 셋이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제발 어머니는 괜찮으시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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