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 공간 압력 400kg.. 질식사

안전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

by 윤경민

"밀집 공간에서 받는 압력 300~400kg... 횡격막 눌려 질식사 가능한 수준"


참극은 골목길에서 발생했다. 오도 가도 못하는 밀집된 상태였다. 언론 보도를 보면 사고 당일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길에는 제곱미터당 6.6명 이상 (심한 곳은 10명 이상)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한 사람이 확보해야 하는 최소한의 공간 기준의 절반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임계점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었다. 더구나 비좁고 경사진 골목길은 올라가려는 사람들과 내려가려는 사람들이 혼재해 있었다.


일본 TV아사히 방송은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전하면서 스튜디오에 이태원 골목길의 일부를 재현해 놓았다. 마네킹 30여 개 사이에 들어간 여성 아나운서가 얼마나 압박감을 느끼는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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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키가 156cm인데요, 주변에 키 큰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상당한 압박감이 느껴지고요, 발 디딜 곳을 보려고 밑을 쳐다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앞사람이 앞으로 쓰러지거나 뒷사람이 앞으로 쓰러지면 저도 균형을 잃고 쓰러질 것 같은 공포를 느낍니다"


이런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람이 받는 압력은 얼마나 될까? 간사이대학 사회안전학부 군중안전학 전공 가와구치 도시히로 교수는 제곱미터당 11~12명이 들어서는 상태라면 거의 움직이지 못하게 되며 이런 밀집 상태에서 사람들이 받는 압력은 300kg~400kg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TV 아사히는 가와구치 교수의 도움을 받아 실제 군중 사고 시 사람이 낀 상태를 상정해 받는 압력에 따라 느끼는 고통을 체험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 참여한 TV 아사히 기자는 10kg의 압박은 약간 붐비는 전동차 내에 서 있을 때 느끼는 정도의 압력으로 그다지 큰 압박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압력을 40kg으로 높이자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실험은 여기서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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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참고 100kg의 압력까지 견디더라도 숨을 들이쉬기가 힘든 상태, 들이쉬려고 해도 폐가 팽창하지 않기 때문에 들이쉴 수 없게 된다고 가와구치 교수는 설명했다. 이것이 이태원 골목길 그 사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가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300kg, 400kg의 압력이라면 숨을 못 쉬고 질식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게 가와구치 교수의 분석이다. 이런 압력의 크기는 한 생존자가 공개한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시퍼렇게 멍든 사진이 뒷받침해준다.


희생자의 3분의 2가 여성이었던 점은 남성에 비해 키가 작고 근력이 약하며 폐활량이 적은 신체적 조건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인체는 강한 힘으로 압박을 받으면 횡격막이 기능을 못해 폐에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고 질식사할 수 있다. 그래서 서 있는 상태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밀집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와구치 교수는 가장 첫 번째로 쪼그려 앉지 말 것을 주문한다.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더라도 주우려고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굽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생기는 빈 공간으로 순식간에 주변 사람들이 쓰러져 연쇄적으로 쓰러지고 덮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날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그럼에도 그곳에서 압사 사고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은 없다. 새해맞이 행사지만 주최가 있는 행사도 아닐 터이다. (이 부분은 확인이 필요하다) 모두들 자발적으로 광장으로 모여든다. 축제 분위기 속에 인파가 대거 몰려도 비극적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제대로 된 안전 관리 매뉴얼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의 매뉴얼이다. 대형 군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1인당 최소한의 확보 공간을 설정한다. 0.3~0.5㎡이다. 3.3㎡ 즉, 한 평에 최대 11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사람이 모이는 곳을 구획화하거나 바리케이드를 친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군중의 공간을 적절히 분리하기 위한 것이다. 또 군중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여분의 비상 공간을 확보한다는 조항도 있다. 우리는 이런 촘촘한 매뉴얼이 있을까?


일본도 핼러윈 축제기간에는 젊은이들이 도심으로 쏟아져 나온다. 젊음의 거리 시부야가 인파가 몰리는 대표적 장소다. 그렇지만 압사사고는 없었다. 거리 곳곳에 배치된 경찰관들이 통제선을 설치해 안전과 질서를 유도했다. 눈에 띄는 건 이른바 'DJ 폴리스'다. 망루 같은 곳에 올라 군중들의 밀집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스피커를 통해 질서를 유도하는 게 그들의 임무다.


'DJ 폴리스'는 2013년 월드컵 일본-호주전의 야외 응원 때부터 도입됐다. 반감을 사는 명령조나 딱딱한 말투를 쓰지 않는 게 특징이다.


"여러분은 12번째 선수입니다. 일본 대표선수단과의 팀워크로 천천히 나아가 주세요. 부상을 입으면 월드컵 이겨도 찜찜합니다"


새해 첫날 신사 참배로 인파가 몰리는 날에는


"서두르지 않아도 신은 도망가지 않아요. 빨리 간다고 신이 은혜를 더 주지는 않습니다"


이런 공감 가는 멘트로 주목을 끌고 질서를 유도하며 사고 예방에 나선다.


그날 저녁, 경찰관들과 구청 직원들이 그 골목길에 배치돼 일방통행으로 설정하고 통제했었더라면, 차도를 차 없는 보행자천국으로 지정하고 보행자 분산을 유도했었더라면 이 끔찍한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주최 없는 축제라고 안전관리 매뉴얼조차 없는 대한민국.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촘촘한 매뉴얼과 강한 실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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