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겨보는 '중꺾마'
월드컵 16강과 슬램덩크 신드롬의 공통점
다시 새겨보는 '중꺾마'
30년 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연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하며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힘입어 만화 '슬램덩크' 단행본도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벌써 100만 부 넘게 팔렸다.
왜 슬램덩크 신드롬인가? 어린 시절 만화책에 흠뻑 빠졌던 30-40대 남성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여성 관객도 남성 못지않게 차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만화 슬램덩크를 본 일이 없는 20대 관객 비중도 20%대나 되는 점을 봐도 그렇다.
20대 중반인 아들은 이 애니메이션을 두 번 봤다고 했다. 주변에는 무려 일곱 번이나 본 친구도 있다고 아들은 말했다.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의 발달로 농구 코트에서 펼쳐지는 5인방의 움직임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 때문 만은 아니다. 스토리와 감동, 영화가 던져주는 강렬한 메시지가 관객들을 극장으로 또다시 불러 모으는 것일 게다.
이 애니메이션은 전국 석권을 꿈꾸는 고교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희망 그리고 도전을 그려낸 영화다. 우리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불안감, 불확실성, 두려운 도전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그것과 오버랩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게 아닐까. 한 번의 슈팅을 위해 무려 2만 번의 연습 슈팅으로 감을 익히는 스토리는 '각고의 노력', '인고의 세월'이라는 말의 깊이와 무게를 짐작하게 해 준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로 우리에게 벅찬 감동과 희망을 안겨준 대표팀 선수들처럼 '중꺽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슬램덩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요즘, 사랑하는 연인이 있어도 선뜻 청혼하기 어려운 경제 여건, 출산조차 겁나는 이 불황의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영화는 큰 울림을 준다. “포기하면 그 순간이 시합 종료예요” 영화의 이 명대사처럼 우리네 인생은 포기하면 그대로 끝이다. 끊임없이 공을 바운딩하고 슈팅하며 기회를 노리듯, 인생의 정글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1분 가까이 이어지는 묵음, 그 적막감 속에 5인방이 펼치는 마지막 승리의 슈팅! 그 짜릿한 순간을 위해 오늘도 많은 이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땀은 정직하다. 우리도 언젠가는 감동의 덩크슛을 넣을 수 있다. 주문을 외워보자. 가수 이승환의 노래 덩크슛 가사처럼. 야발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기야 모하이마모하이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