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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Mar 17. 2023

한일 정상회담 외교 손익 계산서

'실익 외교', '형님 외교'

한일 정상회담 외교 손익 계산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12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손해 본 것은 무엇인가. 손익을 꼼꼼히 계산해 보자.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풀었고 한국은 WTO 제소를 취하했다. 지소미아도 완전 정상화되었다.


4년여간 켜켜이 쌓여 있던 핵심 갈등 현안 몇 가지가 단박에 봉합되었다. 이로써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의 보복으로 시작된 총성 없는 전쟁은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얻지 못한 것도 있다. 강제동원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직접 사과가 없었다. 가해기업의 사과와 기금 참여 약속도 없었다. 심히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서 "일본의 일방적 외교 승리", "한국의 굴욕 외교이자 퍼주기 외교"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의 완패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한일 두 나라가 갈등을 풀지 못한 채 앙숙 관계를 유지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로 인해 볼 수 있는 손해도 손익계산서에 넣어야 한다. 날로 고조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치열한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안보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경제 위기는 몇 년에 걸쳐 회복할 수 있지만 안보는 한 번 무너지면 모든 걸 앗아간다. 6.25 전쟁의 참화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한일 경제 안보 협력, 나아가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이 절실한 이유다.


글로벌 경제침체 위기 속에 한일 경제협력도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한일 간 경제전쟁은 양국 기업들과 국민을 힘들게 한다.


진정한 외교 승부는 이제부터다. '통 큰 결단'으로 한국은 도덕적 우위를 확보했다. 이전 정부의 담화를 계승한다는 말로 어물쩍 넘어간 일본 정부는 속좁고 그릇이 작음을  드러냈다. 이를 만회할 길은 열려 있다. 미흡했던 일본의 물컵 채우기가 있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10년 넘게 끊겼던 한일 정상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 풀지 못한 것들은 앞으로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이번에 채택되지 못했던 한일 공동선언을 기대해 본다.


과거사 관련 일본 정부의 진전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일본 가해 기업의 기금 참여도 필수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과거사를 회피하려는 작은 그릇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화해와 협력의 첫발을 떼었지만 과제는 산적하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설득해야 하는 게 가장 무거운 숙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는 손 놓지 말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해야 한다. 야당은 정치적 공세를 자제하고 실질적인 국익을 추구하는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관계 회복의 물꼬가 트였지만 양국관계가 항상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일 간에는 늘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교과서 역사 왜곡 문제, 독도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이 그것이다.


외교청서, 방위백서,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등이 발표될 때마다 불거지는 해묵은 문제다. "거 봐, 일본이 또 뒤통수를 쳤잖아" 라고 실망하고 비판하는 여론이 고조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런 일상적 일본의 도발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냉정하게 외교적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때 그때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함으로써 우리의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면 된다. 한일 양국 언론도 자국민의 반일, 반한감정을 부추기는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 일본이 아무리 우겨도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상존하는 갈등을 냉정하게 관리하면서 안보협력과 경제협력은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추구해야 할 건  '실익 외교'다. 일본을 어르고 달래는 '형님 외교'가 국익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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