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필라테스 지도자의 이야기
마음의 병도 치유해 주는 운동
곧 쉰다섯 살이 되는 이진희 씨는 필라테스 지도자다. 키 168cm에 체중은 57kg. 체지방 대신 탄탄한 속근육의 소유자다. 신체 나이는 30대 초반이라는 게 그녀의 웃음 섞인 주장이다.
물론 필라테스 마니아다. 운동을 안 했던 건 아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요가도 십수 년간 했다. 그런데 필라테스를 시작하고는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요가와 웨이트트레이닝도 물론 좋은 운동이지만 운동하면서 허리 통증은 없어지지 않았어요. 부상도 몇 차례 입었고요"
필라테스는 원래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운동이라는 점을 그녀는 강조한다. '정렬 운동'이라는 용어를 쓴다. 틀어진 골반, 불편한 어깨, 유연성이 떨어진 척추 등을 바로 잡아주고 근육의 불균형으로 인해 변형된 체형을 교정해 주는 운동이라는 설명이다. 용수철이 달린 기구 위에서 눕거나 앉은, 혹은 매달린 상태에서 버텨내며 근육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켜 줌으로써 탄탄한 몸으로 만들어내는 운동이다.
언뜻 보기에는 저게 무슨 운동이 될까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직접 해보니 금세 등허리에 땀이 차고 호흡이 가빠진다. 평소 등산과 자전거, 헬스클럽에서의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지만 이건 또 다른 세상이다. 오죽하면 근육질의 가수 겸 엔터테이너 김종국이 "뭐 이런 운동이 다 있냐?"고 고함을 치며 땀을 뻘뻘 흘렸겠는가.
몸은 정직하다. 흘린 땀만큼 건강으로 보답한다. 특히 이 운동은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퇴행성 질환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중장년층에게 더 추천하는 이유다. 운동은 육체의 건강만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마음의 병도 치유해 준다.
2004년 어느 날, 금융계에서 유명했던 남편이 대형 금융 사고를 치고는 야반도주하듯 해외로 도피했다. 급작스레 터진 사고 때문에 이혼 절차부터 밟아야 했다. 이후 아이는 남편에게 보냈고 홀로 덩그러니 주저앉았을 때 만난 것이 운동이었다.
"열심히 살아내려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붙든 운동이 저를 지켜내게 해 준 큰 힘이 되었어요.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죠"
피폐해진 영혼과 육체는 운동으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운동은 호르몬 분비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엔도르핀을 내뿜는다. 필라테스 지도자가 되어 다른 사람의 몸을 정성 들여 보살펴주고 그 정직한 몸의 변화에 함께 기뻐하고 보람을 느끼는 직업에 감사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필라테스는 젊은 여성들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란다. 갱년기에 호르몬 변화를 겪고 있는 중년층에게 특히 효과적이란다. 치매 예방 효과까지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인다. 협응운동, 다시 말해 신체의 한 부위 만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동시에 여러 근육을 써야 하는 운동이라 두뇌를 움직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균형감각을 갖게 해 주기 때문에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수강생 중에 "남편이 계속 배우래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중년 여성도 있다고 말한다. 부부 금슬도 좋아지게 하는 운동이라는 얘기다.
가슴 아픈 사연도 웃으며 털어놓게 된 그녀. 그녀의 해맑은 웃음이 있게 해 준 것은 운동이었다. 백세 시대를 준비하는 요즘, 신체의 건강이 정신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활력 넘치는 삶, 자신감 충만한 삶,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말자. 준비되지 않은 백세 시대는 재앙일 뿐이다.
이진희 필라테스 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