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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Mar 23. 2023

'하차감'과 '오마카세' 그리고 커피 배달

'하차감'과 '오마카세' 그리고 커피 배달


디저트카페 운영하는 지인은 코로나 때문에 힘들지 않았었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사가 안 될까 걱정했는데 별로 매출에 영향을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장에 오는 손님은 꽤 줄었지만 그 대신 배달 주문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커피도 집으로 배달하는 시대가 된 것. 무슨 시골 다방도 아니고 커피를 배달시켜 마신다는 말인가? 더구나 요즘은 배달료가 붙는 시대이니 지갑 사정 상 최소 3천 원에서 많게는 만 원을 넘는 배달료를 추가로 내고 시켜먹는다는 게 필자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그런데 그다음 이야기를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 번은 배달 주문을 받았는데, 배달해야 할 곳이 바로 그 카페 건물의 2층 오피스텔이었다는 것이다. 배달 기사는 오토바이 운전을 할 필요도 없이 엘리베이터 타고 몇 발자국 걸어가 커피를 건네주고 배달료를 챙긴 셈이다. 주문한 사람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본인이 직접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든가, 직접 사서 집으로 가지고 가면 배달료를 아낄 수 있을 텐데, 굳이 추가 요금을 지불해 가며 배달을 시킨 이유가 무얼까?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인은 자신도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그런 주문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그게 바로 요즘 젊은이들의 소비문화라는 것이다. 비대면이 일상화되었고, 비대면을 위해서라면 그까짓(?) 배달료는 기꺼이 내겠다는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느냐는 필자의 주장은 꼰대의 주장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부는 '오마카세' 열풍과 이를 꼬집은 일본 매체 기사가 화제다. 한국 젊은이들이 고급 일식집의 수십만 원짜리 오마카세 요리를 먹기 위해 줄을 서고 심지어 한 달 이상 예약이 꽉 차기까지 한다는 세태를 조명한 기사다. 일본 주간기 데일리신초는 이를 한국 젊은이들의 '사치'와 '허세'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궁금증이 발동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봤다. 오마카세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게시물이 60만 건이나 되었다. 초밥과 생선회가 주를 이루지만 한우와 바비큐, 바닷가재 등 고급 음식도 상당수 발견되었다. 오마카세의 원조국인 일본은 어떨까? 인스타그램에서 일본어로 おまかせコース(오마카세코스)를 검색해 보았더니 게시물은 6만 건이었다. (오마카세코스로 검색한 이유는 おまかせ(오마카세)로 검색하니 손톱 매니큐어 등 음식과는 관계없는 사진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마 네일숍에서 손님 손톱을 미용사에게 맡기는 것도 오마카세라고 하기 때문인 모양이다)


몇 년 전 사회에서 알게 된 한 사회 초년생 지인은 월급 받으면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놓았다. 밥 사 먹고 취미활동 하고 차 할부값 빠져나가면 저축은 꿈도 못 꾼다는 것이다. 


원룸촌에 가면 주차장에 고급 외제 차가 의외로 눈에 많이 띈다. 월세 50~60만 원의 단칸방에 살면서 차는 고급차를 뽑아 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걸 두고 한 후배는 '하차감'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승차감'이 아닌 '하차감', 차에서 내렸을 때 나를 보는 남들의 시선, 그것을 느끼는 것이 바로 하차감이라는 이야기다. 


로또복권 1등을 맞지 않는 한 회사 월급 받아 집을 산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집 사는 건 포기한다. 비록 단칸방에 살더라도 고급 승용차가 내게 당장 필요하다. 하차감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수십 만 원짜리 오마카세 요리를 먹고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린다. 그래야 뿌듯함을 느낀다. 배달료 몇 천 원에 조바심 내지 않는다.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고 우아하게 집에서 스벅 한 잔에 지친 나를 위로한다. 미래란 없다. 당장이 중요하다. 어차피 아등바등 살아봤자, 집 사긴 글렀다. 결혼도 자신 없다. 아이는 엄두도 못 낼 사치다. 나를 위한 삶, 현재를 즐기며 살자. 이런 심리가 만연해있는 것일까.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심어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낳은 현상이라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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